[금융계보] ‘강남 빌딩, 한 조각씩 산다’… 자산시장 뒤흔드는 ‘토큰증권’. 사진=픽사베이
[금융계보] ‘강남 빌딩, 한 조각씩 산다’… 자산시장 뒤흔드는 ‘토큰증권’.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건물주 되긴 멀었고, 주식은 어렵고…” 이런 고민 한 번쯤 해봤다면 지금 주목할 키워드가 있다. 바로 ‘토큰증권(STO)’이다. 낯설고 복잡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꽤 실용적인 투자 방식이다.

간단히 말해, 실물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나눠서 누구나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STO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의 고급 빌딩을 수백 명이 나눠 투자하고, 임대 수익이나 매각 차익도 각자 지분만큼 나눠 갖는 구조다.

STO는 ‘증권형 토큰 발행(Security Token Offering)’의 약자로, 부동산, 채권, 미술품 등 실물 혹은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화해 증권처럼 발행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다.

기존 암호화폐(ICO)와 달리 실물 자산에 기반해 법적 권리와 규제를 따르며, 배당이나 의결권도 부여된다. 거래 내역은 모두 블록체인에 기록돼 위변조 우려가 낮다는 점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소액 투자다. 과거에는 한 채의 건물이나 고가 미술품을 사려면 큰돈이 필요했지만, STO는 토큰 단위로 나눠 누구나 수만 원 단위로도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소유권을 쪼갤 수 있으면 유동성도 높아지고 자산시장의 문턱도 크게 낮아진다.

부동산 외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상품, 콘텐츠 IP, 음악 저작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자산관리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제도화는 여전히 숙제다. 법적 기반이 아직은 초기 단계이고, 국가마다 규제 체계가 달라 글로벌 거래에는 제약이 많다. 또 실물 자산과 디지털 토큰을 법적으로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필요하다. STO가 암호화폐와 달리 제도 안에서 움직인다고는 해도, 일반 투자자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만큼 이해도와 인식 확산도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토큰증권을 디지털 금융 혁신의 핵심으로 보고 적극적인 정책 드라이브에 나섰고, 국회와 금융당국 사이에도 이견이 거의 없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STO 관련 정책 방향을 연이어 발표했고, 지난달에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비상장주식, 소수점 투자 플랫폼 등 기반 정비에도 착수했다. 

증권사들도 대응에 나섰다. 하나증권은 국내 대표 STO 전문업체와 손잡고 STO 사업화 및 상품 개발에 나섰고, 신한투자증권은 다른 증권사 및 블록체인 기업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NH투자증권도 농협은행, 케이뱅크 등과 함께 STO 비전 그룹을 꾸려 실무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아직 제도적 완성도는 보완돼야 하지만, STO는 단순한 신기술을 넘어 자산시장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에는 일부 자산가만 접근할 수 있었던 고가 자산에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향후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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