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은 슬기로운 금융생활의 줄임말로, 어려운 경제 용어나 금융 상식을 독자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 전달하는 코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금융 정보와 똑똑한 경제 습관을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김민수 기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흔히 '연준'으로 불리는 이 기관은 단순한 통화당국 그 이상이다.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결정 하나로 전 세계 증시와 환율, 무역, 신흥국 경제까지 들썩인다.
많은 나라가 자국 중앙은행을 갖고 있음에도 유독 연준이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준은 미국의 중앙은행으로서 금리 조정, 물가 안정, 고용 극대화,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4대 과제를 수행한다. 가장 눈에 띄는 역할은 '기준금리 결정'이다. 매년 8번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정하고, 그 결과는 즉각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반영된다.
연준의 금리가 중요한 이유는 ‘달러’ 때문이다. 달러는 세계 최대 기축통화로, 무역·투자·외환보유고의 대부분이 달러로 이뤄진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전 세계 자금이 안전한 달러 자산으로 몰리고,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면치 못한다. 반대로 금리를 낮추면 전 세계에 돈이 풀리며 자산 시장이 뜨거워진다.
여기에 미국 경제 규모는 전 세계 GDP의 약 25%에 달하고, 뉴욕 증시는 글로벌 자금의 심장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연준의 결정 하나가 각국의 환율, 물가, 금리, 증시, 부동산 시장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연준은 우리나라의 한국은행처럼 독립성을 지닌 중앙은행이다. 정치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움직이는 구조가 설계돼 있지만,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연준의 금리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준이 언제까지 금리를 올릴 것인가’에 따라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달라지고, 투자 방향도 바뀐다.
연준의 결정은 단기적인 시장의 변동뿐 아니라, 장기적인 세계 경제의 방향을 좌우한다.
예컨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준은 기준금리를 사실상 0%까지 낮추고 양적완화 정책을 단행하며 세계 금융시장 안정을 이끌었다. 이후 2020년 팬데믹 시기에도 빠르게 통화완화 정책을 가동해 금융위기를 방어했다.
이처럼 연준은 위기 상황에서 '마지막 보루'로 작동하는 동시에,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한 긴축정책도 과감히 수행한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조치였다. 물가를 잡기 위한 이 정책은 그러나 세계 각국의 긴축을 유도하며 글로벌 경기 둔화를 불러왔고, 그만큼 연준의 결정은 전 세계 경제를 흔드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그런 만큼 연준 수장의 발언이나 교체 가능성은 그 자체로 '빅 뉴스'가 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공개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 의사를 밝히고, 실제 해임 서한 초안을 의원들에게 보여줬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시장이 출렁였다. 참석자 중 일부는 파월의 해임이 “99% 확실하다”고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해당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정치적 압력이 연준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된다.
연준은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해야 시장의 신뢰를 얻는다. 의장이 정치적 이유로 교체되거나, 정부의 입맛에 맞게 금리를 조절한다면 달러에 대한 신뢰, 나아가 글로벌 금융질서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연준이 단순한 미국의 중앙은행이 아닌, ‘세계 경제의 키잡이’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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