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이후의 시선은 9월 FOMC로
말년병장 파월 발언, 금리 인하 기대감 증폭

 매년 8월  와이오밍주에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경제 이벤트 ‘잭슨홀 미팅’이 개최된다. 잭슨홀은 미국은 물론 글로벌 중앙은행장들과 금융시장 관계자들이 모이는 고위급 정책 심포지엄이다. 사진=GPT생성
 매년 8월  와이오밍주에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경제 이벤트 ‘잭슨홀 미팅’이 개최된다. 잭슨홀은 미국은 물론 글로벌 중앙은행장들과 금융시장 관계자들이 모이는 고위급 정책 심포지엄이다. 사진=GPT생성

[서울와이어=김민수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관하는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 이른바 ‘잭슨홀 미팅’이 지난 21일부터 23일(현지시간) 사흘간의 일정을 마쳤다. 올해 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었다. 그는 고용 둔화와 경기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정책 기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시장은 이를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으로 해석했고, 뉴욕 증시는 2% 안팎의 상승세로 화답했다. 미 국채 금리는 하락했고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국내 증시도 성장주를 중심으로 반등하며 이른바 ‘잭슨홀 효과’를 실감했다. 이처럼 매년 8월 말,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열리는 회의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잭슨홀 미팅의 역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은 은행가와 학자들을 초청해 경제 심포지엄을 열었지만, 대중적 관심을 끌지 못했다. 변곡점은 1982년이었다. 당시 연준 의장이자 ‘인플레 파이터’로 불리던 폴 볼커를 초청하기 위해 장소를 와이오밍주의 작은 마을 잭슨홀로 옮긴 것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볼커가 송어 낚시광이었기 때문이다.

낚시 한번 해보자는 유인책은 대성공이었다. 볼커가 참석하자 세계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줄줄이 모여들었다. 이후 잭슨홀은 전 세계 중앙은행 수장과 글로벌 석학들이 모여 통화정책과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심포지엄으로 자리 잡았다. 

회의장 규모는 크지 않다. 초청 인원은 100명 안팎으로 제한되고, 기자단의 접근도 최소화돼 있다. 이 덕분에 비공식 대화와 허심탄회한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한정판 초청’ 덕분에 회의가 열리는 시기에는 잭슨 지역 호텔 숙박비가 평소의 20배까지 치솟는다는 후문도 있다.

잭슨홀 미팅은 그간 금융시장을 뒤흔든 굵직한 이벤트의 무대였다. 2010년에는 벤 버냉키 전 의장이 양적완화(QE2)를 시사하며 글로벌 증시를 끌어올렸고, 2022년에는 파월 의장이 “고통이 따르더라도 긴축을 이어가겠다”는 발언으로 전 세계 증시를 급락시켰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부담을 덜고 보다 솔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압박 속에서도 “연준의 결정은 경제적 판단에 근거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준 제공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부담을 덜고 보다 솔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압박 속에서도 “연준의 결정은 경제적 판단에 근거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준 제공

2021년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가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쳐 비판을 받았던 파월은, 이듬해 회의에서 강경 발언으로 완전히 태세 전환을 했다. 이처럼 잭슨홀 미팅은 단순한 학술회의를 넘어, 연준의 정책 전환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등’으로 자리 잡아왔다.

올해 회의의 주제는 ‘전환기의 노동시장과 통화정책’이었다. 최근 고용지표가 예상을 밑돌며 둔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의 하방 위험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플레이션 재반등 위험을 경고하기도 했지만, 시장은 그의 발언을 ‘금리 인하 신호’로 해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에서 9월 금리 인하 확률은 90%를 넘어섰다. 뉴욕 증시는 다시 상승 흐름을 탔고, 미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아시아 통화 역시 달러 약세에 힘입어 강세 흐름을 나타냈다.

올해 회의가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파월 의장에게 이번 잭슨홀이 사실상 마지막 무대였기 때문이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그는 부담을 덜고 보다 솔직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압박 속에서도 “연준의 결정은 경제적 판단에 근거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시장은 그의 발언에서 완화적 전환의 뚜렷한 시그널을 읽어냈다.

이제 관심은 오는 9월 16~17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쏠리고 있다. 시장은 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으며,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와 노동시장 약화를 근거로 연말까지 총 0.75%포인트의 인하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변수도 있다. 8월 고용 및 물가 지표가 예상과 크게 다르게 나온다면 연준의 결정은 달라질 수 있다. 연준 내부에서도 완화 전환의 속도와 폭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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