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오후 5시30분에서 8시로 2시30분 연장
결제 시간 길어져 외국인 유동성 활기띨 듯
거래소, 거래시간 연장도 검토중
‘슬금슬금’은 슬기로운 금융생활의 줄임말로, 어려운 경제 용어나 금융 상식을 독자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 전달하는 코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금융 정보와 똑똑한 경제 습관을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김민수 기자] 한국 증시가 또 한 번 변화를 앞두고 있다. 2026년 4월부터 증권 결제 시간이 기존 오후 5시30분에서 오후 8시까지 2시간30분 더 늘어난다.
얼핏 들으면 ‘장이 밤 8시까지 열린다’는 의미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번 조치는 거래시간이 아니라 결제 시스템 운영 시간을 확대하는 것이다.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파는 ‘거래’와 실제로 돈과 증권을 주고받는 ‘결제’는 별개의 과정인데 그 결제 시간의 문을 더 늦게 닫는 셈이다.
이 변화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특히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에 접근할 때 ‘시간의 벽’을 실감해왔다. 한국은행 금융망이 오후 5시30분에 닫히다 보니 유럽·미국 시장과의 시차 때문에 당일 결제가 어려웠던 것이다.
결국 선송금이나 단기 대출을 이용해야 했고, 그만큼 비용과 리스크가 뒤따랐다. 결제 시간이 밤 8시까지 연장되면 이런 제약이 사라져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한층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영업시간을 연장한 상점처럼 외국인 자금의 접근성이 높아지면 한국 증시의 유동성과 안정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더 유연하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만큼 시장의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결제 인프라가 늦게까지 운영되는 만큼 증권사와 은행은 내부 프로세스를 새로 정비해야 한다. IT 시스템을 밤 8시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고 인력 운영 문제도 풀어야 한다.
일부 증권사들은 “속도보다 안정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노동계 역시 “결제 시간이 늘어나면 현업 직원의 근무 부담이 커진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거래소는 증권 거래시간 자체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오전 8시부터 밤 8시까지 총 12시간 거래를 운영하며 빠르게 성장하자, 한국거래소도 정규장을 오전 8시에 열거나 프리·애프터마켓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IT 부담과 인력 운영 문제, 그리고 시스템 오류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서두르기보다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결제 시간 확대는 단순한 운영시간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증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변화다. 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노리는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다.
당장 내년부터 시장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거나 외국인 매수가 급증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증시의 접근성이 강화되면서 해외 투자 자금의 유입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장 체감되는 변화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고 거래 효율성이 높아지면 시장 전체의 신뢰도와 안정성이 강화되고 이는 투자 환경 개선으로 이어진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한 발짝 더 다가서면서 국내 투자자들도 더 넓고 안정적인 시장이라는 혜택을 누리게 될 전망이다.
결제 시간이 늘어나는 2026년 4월 이후, 한국 증시는 하루 12시간 거래와 밤 8시 결제가 가능한 새로운 체제로 진입한다. 변화의 폭만큼 준비해야 할 과제도 많지만 이번 변화가 한국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제 남은 것은 그 기회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