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차량 1205km 주행, 배터리사·OEM 협업 주효
경쟁사도 시도 가능성…삼원계는 中보다 기술력 앞서

[서울와이어=이민섭 기자] 삼성SDI 배터리 탑재 차량의 주행거리 세계 신기록은 배터리사와 완성차 기업(OEM)의 협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삼원계 배터리는 중국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삼성SDI의 기록 달성이 프리미엄 시장 공략과 다변화 전략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의 21700 원통형 배터리를 6600개 탑재한 미국 전기차(EV) 생산 기업 루시드 모터스의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 모델이 1회 충전 주행 테스트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의 최소 구매가는 루시드 모터스 홈페이지 기준 11만4900달러(약 1억5947만원)이며 추가 충전 없이 1205㎞를 달렸다.
차량 주행거리 증가는 배터리사와 OEM사 양쪽이 협력해야 가능하다. 같은 배터리를 사용하더라도 OEM의 차체 디자인 설계, 제작 능력에 따라 장거리 주행 능력은 달라질 수 있다. OEM은 원통형, 각형 등 다양한 배터리를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데 배터리사는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개발해 납품하는 구조다.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 모델이 세계 신기록 수립을 위한 전용 차량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현재 판매되는 차량이라는 점도 삼성SDI에 중요하다. 삼성SDI는 프리미엄 차량 시장에서 배터리 성능에 대한 공신력을 확보하고 소비자들에게 자사 배터리를 채택한 차량의 장거리 주행 성능을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더 낮은 가격에 같은 주행 성능을 유지하며 EV 시장 공략을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루시드 에어 그랜드 투어링'은 지름 21㎜ 배터리 6600개를 탑재했는데, 46㎜ 배터리를 대신 사용해 탑재 갯수를 줄이더라도 차량 가격이 저렴해지는 효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면 가격은 낮아질 수 있지만 주행거리가 줄어들 수 있고, 삼원계 배터리도 제조사나 제품 종류 등에 따라 소재 배합 비율에 따라 배터리 성능이 달라질 수 있어 기술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등 경쟁사들도 EV 주행거리 세계 신기록에 도전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정두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석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원통형 배터리가 있어 OEM과 협업을 잘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SK온은 아직 원통형 배터리를 연구개발(R&D)하고 있어 파우치 배터리를 활용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배터리 3사의 경우 삼성SDI의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소재에서 중국 기업보다 기술력에 앞서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프리미엄 차량 외에도 보급형이나 엔트리급도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트리 차종은 가격이 저렴해 소비자에게 접근성이 좋은 차량 모델, 볼륨 차종은 OEM의 대량 판매를 책임지는 중간 가격대 주력 차종이다.
국내 기업들은 LFP 배터리를 EV용이 아닌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실행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 수석연구원은 "미국에서 ESS 시장이 커지고 있어 LFP는 그 쪽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중국 기업처럼 차량용으로는 고민하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EV에는 아직까지 삼원계 위주로 주행거리와 고에너지 밀도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