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임시국회 일정 합의, 재계 반발에도 법안 표결 수순
李 대통령 "선진국 수준 맞춰야"·민주당 "원안대로 처리"
경제계 "원·하청 교섭 확대, 경영 불확실성 심화" 우려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여야가 오는 21일부터 본회의를 열고 쟁점 법안 처리를 본격화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방송2법을 시작으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연이어 상정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여당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관련 원안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사진=쳇 GPT 이미지 생성
정부와 여당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관련 원안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사진=쳇 GPT 이미지 생성

◆여당·대통령실, ‘노란봉투법’ 강행 의지 확고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장 오는 23일 본회의에 노란봉투법을 올려 24일 표결에 부치고 상법 개정안은 25일 처리 절차에 들어간다는 일정표도 이미 확정됐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리는 22일에는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으나, 주요 법안 강행 처리를 막을 동력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경제인들과 간담회에서 “선진국 수준에 맞춰 가야 할 부분이 있다”며 노란봉투법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넓혀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하는 경우 직접적인 근로계약이 없는 원하청 간에도 교섭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노동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법안을 원안대로 처리하려는 여당 기조에 대통령까지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최대 목표는 경제를 살리고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은 원칙적 차원에서 세계적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같은 날 “피하거나 늦춘다고 해서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도 받아들이는 부분이 생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개혁 등 다른 민감 법안에 대해서는 속도조절론을 언급해 온 대통령실이 노란봉투법에 한해서는 여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 역시 수정 불가 방침을 거듭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불합리한 규제를 바로잡는 것은 정부와 여당의 확고한 의지”라며 원안 처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허영 원내정책수석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의 면담 뒤 “(암참 측이) 비용 부담을 우려했지만, 노란봉투법은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동조합법 개정안 수정 촉구 경제계 결의대회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동조합법 개정안 수정 촉구 경제계 결의대회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野·재계 반발… “노동계 목소리만 반영, 현장과 괴리 커”

하지만 재계의 반발은 거세다. 미국 관세 압박과 내수 침체, 중국발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경영 현장은 삼중고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사용자 범위를 원청까지 넓히는 조항과 ‘사업 경영상 결정’을 노동쟁의 사유에 포함하는 조항이 기업들에 가장 큰 부담으로 지목된다.

경제단체들은 연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 6단체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법안 1년 유예를 요청한 데 이어 전날에는 국회 앞에서 규탄 대회를 열었다. 

제임스 김 얌참 회장은 민주당을 찾아 “노란봉투법 통과는 한국의 아시아 허브 위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국 기업에서도 많은 우려가 나온다”는 의견을 직접 전달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반발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재계와 함께 ‘노동조합법 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김정재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기업은 무한 교섭에 시달리고 주요 경영 결정도 파업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일부 조항만 합리적으로 조정된다면 재계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 출연해  “여당 쪽에서 원내대표보다 정청래 당대표가 더 강하게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가와 경제, 국민을 생각해서 다시 한번 수정을 하던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재계 반발을 달래고 법 시행 이후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경제단체들을 잇따라 찾아 “법 개정은 원·하청이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대화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의 우려를 인식하고 상시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겠다”고도 밝혔다. 권창준 고용부 차관은 21일 철강·조선·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현장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부 측 노력에도 재계는 “경제계 요구는 외면한 채 노동계 요구만 반영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시행까지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법안 취지 자체는 존중하지만, 현장의 현실과 괴리가 크다. 노동계 목소리만 반영된 채 법안이 강행되면, 경영 현장은 불확실성과 갈등으로 마비될 수 있고 결국 피해는 근로자와 협력사에도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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