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10·대전변동A구역 등 대형 수주 따내
'서울원 아이파크'로 디벨로퍼 전환 가속화
PF 리스크 극복… '재무 건전성 확보' 관건
[서울와이어=안채영 기자] 광주 붕괴 사고 이후 정비사업 수주에 고전하던 HDC현대산업개발이 올해 누적 수주액 3조원을 넘기며 반등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추세라면 올해 안에 4조 클럽 가입도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서울원 아이파크’ 프로젝트로 스마트시티 운영 기업으로 변모한다는 평가다.

◆신뢰 회복으로 되살린 ‘정비사업 경쟁력’
18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대형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연이어 수주에 성공하며 ‘3조 클럽’에 합류했다.
지난 6월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약 1조원), 7월 미아9-2구역 재건축(2988억원), 9월 신당10구역(3022억원)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여기에 같은 달 대전 변동A구역 재개발(9602억원)까지 따내면서 올해 누적 수주액 3조787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1조3333억원) 대비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의 4년간 수주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2023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여파로 1794억원에 그쳤던 수주액을 감안하면 극적인 반등이다. 사고 이후 시공혁신단 출범, 최고안전책임자(CSO) 조직 개편 등 안전·품질 혁신에 나섰으며 그 결과, 조합과 입주민의 신뢰를 되찾았다는 분석이다.
일부 조합은 HDC현산의 ‘공사 이익 포기’ 약속을 받아들이며 협력 관계를 재개했다. 지난 2월에는 광주 아이파크 입주예정자협의회가 서울시에 HDC현산 선처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은 단순 시공을 넘어 사업 운영까지 책임지는 디벨로퍼 전략을 펼치며 신뢰 회복과 수주 실적을 동시에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원 아이파크’로 보여준 체질 전환
디벨로퍼로서 면모를 보여준 점도 HDC현산의 브랜드 신뢰 회복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약 4조8000억원 규모로 기획된 ‘서울원 아이파크’는 주거·업무·상업·문화·웰니스를 아우르는 미래형 복합개발 프로젝트다. 단순 분양형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커뮤니티, 서비스형 모빌리티, 헬스케어 프로그램까지 결합한 도시 단위 스마트시티 모델을 구현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한 단지 내 이동 서비스, 아산병원과 연계한 건강관리 프로그램,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함께하는 5성급 호텔 도입, HDC아이파크몰의 상업시설 직접 운영 등은 HDC현산이 ‘도시 콘텐츠 운영자’로 변모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그룹 계열사들이 주거·상업·호텔·오피스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은 개발 이후에도 장기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사업모델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서울원이 일본 ‘가시와노하’, 싱가포르 ‘판당 타운’ 등 해외 스마트시티 사례와 달리, 구도심 재생과 그룹 운영 모델을 결합한 독창적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단순 개발을 넘어 운영과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체계는 한국형 스마트시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신뢰 회복 다음은, 재무 건전성
HDC현산은 앞으로 서울 성수1지구 재개발, 송파한양2차 재건축, 압구정 재건축 등 핵심 지역 수주전에 도전장을 낼 계획이다. 동시에 서울원을 거점으로 강북권과 전국 주요 도시에서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추진해 아이파크 브랜드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를 우려한다. 단기 차입금이 2조원을 넘어서며 유동성 부담이 커졌고, PF 우발채무도 일정 수준 노출돼서다. 다만 HDC현산은 “수주 확대와 현금 유입 증가세를 고려하면 단기적 채무 구조에 불과해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주 사고 이후 신뢰 회복에 성공한 HDC현산은 PF 리스크 관리 여부가 앞으로 실적과 신뢰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어 “정비사업 수주 회복과 스마트시티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점은 HDC현산의 차별화 요소”라며 “서울원이 성과를 낸다면 앞으로 재무 건전성 확보와 장기 성장 전략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