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규모 발주… '공기 단축·품질·친환경' 주목
공사비용의 벽, 규모의 경제로 '비용 장벽' 낮춘다
기술·제도적 장벽 넘어 소비자인식도 풀어낼 과제

[서울와이어=안채영 기자] 정부가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모듈러 주택’이 주택 공급 확대의 해법으로 다시 주목받는다. 공기 단축과 품질 관리, 친환경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주거 패러다임을 바꿀 대안으로 평가된다.
모듈러 주택은 탈현장(Off-Site Construction·OSC) 공법의 대표 사례다. 벽체·바닥·창호 등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는 조립과 연결 작업만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체 작업의 70% 이상이 통제된 환경에서 이뤄진다. 날씨나 인력 변수에 따른 지연이 적고, 기존 철근콘크리트(RC) 공법보다 30~50% 공기를 단축할 수 으며, 인력 투입 역시 기존 대비 4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 부문은 이미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2030년까지 1만가구 이상 모듈러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전국 12개 지구에서 2261가구를 모듈러 방식으로 짓고 있으며 이 중 768가구는 이미 준공을 마쳤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매입임대주택 설계·시공 가이드라인과 매입가격 산정 기준을 마련해 제도 기반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과거에는 높은 공사비로 모듈러 주택이 상용화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체 공사비가 기존 공법보다 평균 30%가량 더 들고, 직접 공사비만 따져도 15% 정도 높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번 공공발주량 확대로 생산 단가를 낮추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돼 비용 문제는 점차 해소될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건설업 환경은 오히려 모듈러 확산에 유리하게 작용됐다. 최저임금 인상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기존 방식의 원가 부담이 늘면서 높은 공사비가 상쇄되는 모양새다. 또 건물 사용 후 철거를 고려하면 모듈 해체 후 재활용이 가능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도 주목받는다.
다만 기술적, 제도적 제약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건축법상 13층 이상 건물은 화재 시 주요 구조체가 3시간 이상 버틸 수 있는 내화 성능을 요구하는데 이 기준을 충족할 제품력을 갖추는 것이 큰 과제다. 모듈 크기 역시 운송 도로나 중장비 여건에 따라 제약을 받으며, 인허가 기준이 지자체마다 달라 사업 속도가 늦어진다. 현행 분리발주 제도도 모듈러 공법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인허가와 사용 승인 절차가 복잡하다.
현실적인 과제도 남았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모듈러 주택을 ‘컨테이너 주택’이라는 부정적 인식으로 보며 자산 가치를 의심한다. 국내 특유의 선분양 구조도 맞지 않는다. 공기를 줄이면 시공사는 빠른 완공 효과를 얻지만, 소비자는 단기간에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해야 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모듈러 주택을 주택 공급 확대의 필수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민간시장 확산은 어렵다고 보면서도 “해외에서는 이미 학교·병원·주거단지까지 모듈러 적용이 확산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성공 사례가 축적돼야 인식 전환과 수요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