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안채영 기자] 부동산 증세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선(先)증여’ 움직임이 뚜렷해진다. 올해 들어 아파트·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증여 건수가 3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14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2만642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5391건)보다 4.1% 늘어난 수치로, 2022년(3만4829건)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지역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1~9월 서울의 집합건물 증여는 5877건으로, 전년 동기(4912건) 대비 19.6%(965건) 늘었다. 전국 증가분 중 90% 이상이 서울에서 발생한 셈이다.

집합건물 증여는 2020~2022년 보유세 인상기에 급증했다가, 2023년 증여취득세 과세 기준이 ‘공시가격’에서 ‘시가인정액(매매사례가·감정가 등)’으로 변경돼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다시 늘기 시작해 올해는 강남·서초·송파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 1~9월 구별 증여 건수는 강남구 507건, 양천구 396건, 송파구 395건, 서초구 378건 순으로 많았다. 업계에서는 보유세나 양도세 등 세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인식이 증여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정치권과 정부 인사들의 증세 시사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8월 “부동산 안정과 주거 복지를 위해 세제 활용을 배제할 순 없다”고 언급했다. 구윤철 부총리도 “부동산 세제는 필요 시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대통령의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는 공약이 사실상 수정 국면에 들어갔다”고 풀이한다. 실제로 정부가 이번 주 내놓을 부동산 대책에는 조정대상지역 확대 지정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해당 지역의 다주택자는 양도세·취득세·종부세 부담이 한층 늘어나게 된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최근 다주택자 사이에서 매도 대신 증여를 택하려는 문의가 급격히 늘었다”며 “가격이 높은 아파트의 증여세 부담이 커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자산 이전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즉각적인 증세 시행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러나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면서,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현재 공시가격 현실화율(69%)을 80%로 높이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종부세 60%, 재산세 45%에서 각각 80%, 60%로 인상할 경우 일부 단지는 보유세 상한까지 도달하는 세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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