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값도 4년만에 최대 하락...단기 조정 국면 진입 가능성

[서울와이어=김민수 기자]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오던 국제 금값이 1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은값 역시 2021년 이후 최대 하락률을 보이며 귀금속 시장 전반이 약세로 돌아섰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힘입어 급등세를 이어가던 금값이 단기 과열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5.7% 하락한 온스당 4109.10달러에 마감했다. 현물 금 가격도 5.5% 떨어진 온스당 4115.26달러를 기록했으며 장중 한때 6.3% 내린 4082.03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2013년 이후 일간 기준 최대 하락률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금값은 전날마 해도 온스당 4381.2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올해 들어 약 60% 상승한 상태였다.
은값은 7.6% 급락한 온스당 48.49달러로 2021년 2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백금은 5.9% 하락한 1541.85달러, 팔라듐은 5.3% 떨어진 1417.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협상 진전 기대감 ▲달러화 강세 ▲미국 기업들의 3분기 호실적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확대 ▲인도의 디왈리(힌두교 최대 명절) 휴장에 따른 수요 둔화 ▲미국 정부 셧다운(업무 중단) 장기화 등 복합 요인이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타이 왕 독립 금속 트레이더는 “최근 금값 급등으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기 차익실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은값의 급락이 금속 시장 전반의 조정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은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 셧다운 종료 기대감과 미·중 정상회담을 통한 갈등 완화 전망이 안전자산 매수세를 약화시켰다”며 “금값이 단기 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달러화 강세로 인해 비(非)달러 통화권 투자자들에게 금과 은의 상대가격이 높아진 점이 매도세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레 한센 삭소은행 상품전략가는 “이번 하락은 급등세 이후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으로, 근본적인 금 매수세가 꺾인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24일(현지시간) 발표될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29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98.9%로 점쳐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