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부터 주가 21만원 박스권에 갇혀
악재 완화·신차효과 및 전기차 출시 긍정적
올 상반기 지나야 주가 재평가 가능할 전망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현대차 주가가 5개월째 부진하다. 양호한 실적 기록과 미래사업에 대한 적극적 행보에도 움직임이 없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초 28만9000원까지 올랐다. 30만원 돌파의 꿈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작년 8월 중반에는 20만원대로 내려앉아 박스권에 갇혔다. 몇 개월째 주가가 부진하자 투자자들은 ‘횡보차’라며 조롱 섞인 답답함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에서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0.71% 내린 2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10일 21만원대로 내려온 뒤 약 5개월 동안 박스권에서 움직인다.
지난해 1월11일 장중 28만9000원까지 오르며 30만원 돌파 기대감이 나왔으나, 이후 하락 반전한 뒤 횡보 중이다. 지난해 11월 6.01% 떨어진데 이어 12월에는 6.91%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13일 종가(21만원) 기준으로 연초대비 0.48% 상승했다. 19만~21만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현대차 종목토론실에서는 “오르든 내리든 변화가 있어야 반응이라도 할 텐데, 몇 개월째 답답한 상황”이라며 “다른 것들 다 폭등할 때도 현대차 주가는 500원 오르는데 그치니, 화병 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불거진 반도체 수급 문제에 따른 생산 차질을 주가 부진 요인으로 본다.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 전부가 생산량을 감축했다. 그럼에도 현대차의 실적 자체는 견조했으나, 당초 시장 기대보다 부진했기에 주가 또한 오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의 작년 4분기 글로벌 판매(출고)는 95만2000대로 전년 대비 16.4% 감소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매(도매)도 전년보다 13.9% 줄어든 약 86만대를 기록했다.
조 연구원은 “판매량 감소에도 현대차의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9조5037억원, 1조7193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37.1% 증가할 것이다. 다만 시장 기대치(컨센서스 매출액 31조520억원·영업이익 1조9480억원)에는 못 미칠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생산 차질로 인해 외형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 수익성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악재 완화와 신차효과 등과 함께 미래차에 대한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구성중 카카오페이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업체에 이어 글로벌 완성차들도 미래차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CES 2022에서 자동차 산업과 로보틱스·메타버스의 개념이 결합된 메타모빌리티 개념을 제시하는 등 모빌리티 업체로의 변화 방향을 제시한 바, 현대차의 미래차 비전 강화가 밸류에이션 재평가 여부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가 지나야 주가 재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수급 등 악재들이 하반기로 갈수록 완화되고, 신차효과 및 전기차 출시가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조 연구원은 “반도체 수급 이슈 및 코로나19 영향은 하반기로 갈수록 완화될 전망”이라며 “사상 최저 수준의 재고를 감안할때 생산 안정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2분기부터 성공적 신차효과 및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글로벌 론칭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수요는 견조한 반면, 재고는 약 1개월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올해 매출액 약 131조원, 영업이익은 8조6000억원으로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밑돈 수준으로 보이나, 전반적인 실적 흐름은 양호한 수준”이라며 “제네시스 판매 확대를 중심으로 자동차 부문 실적이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신 연구원은 “올해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현대차의 생산량 증가는 제한적이겠으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통해 자동차 부문 바닥이 다져졌음을 확인했다”며 “아이오닉6이 올해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라 (실적 확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미국 현지에서의 배터리 전기차(BEV), 모셔널(Motional)과의 로보택시 연구성과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진전의 성과를 올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제시하며 기업가치 저평가(Valuation Discount)를 해소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