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대우조선 빅2 합병무산 속 담담한 조선업계
해운업계, 공정위 공동운임 담합 불법 판단으로 '시끌'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연초부터 국내 조선·해운업계가 골머리를 앓는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 인수가 유럽연합(EU)의 반대로 좌초됐고, 해운사들은 운임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기 때문이다.

EU의 한국조선해양 인수합병(M&A) 반대는 조선업계의 장기적 구상에 걸림돌이 된 모양새다. 다만 업계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진=한국조선해양제공 
EU의 한국조선해양 인수합병(M&A) 반대는 조선업계의 장기적 구상에 걸림돌이 된 모양새다. 다만 업계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진=한국조선해양제공 

◆조선사 빅2 결합 무산 속, 분위기는 차분

두 업계는 현재 글로벌시장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며 순항을 이어간다. 다만 앞선 상황들의 영향을 받아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EU의 한국조선해양 인수합병(M&A) 반대는 조선업계의 장기적 구상에 걸림돌이 된 모양새다.

업계뿐 아니라 정부의 계획도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기존 조선 3사 체제를 ‘빅2’로 재편해 장기적으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삼았다. 최근 해외 조선사도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양 사의 합병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됐다. 다소 힘이 빠질 수 있음에도 분위기는 차분하다. 인수 주체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자금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담담한 모습이다.

선박 수주의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유 자금을 추가 투자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우조선도 크게 문제 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지적됐던 회사의 높은 부채는 내년 이후부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이성근 대우조선 사장은 이와 관련 사내 메시지에서 “기업결합으로 재무구조 개선 등 경쟁력 확보를 기대했지만, 무산됐다”며 “대주주와 채권금융기관의 지원 약속으로 수주, 조업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의 결합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지만 크게 동요되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EU의 반대는 그만큼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경쟁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식해 내린 결정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상운임을 두고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총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해운업계는 공정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사진=HMM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상운임을 두고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총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해운업계는 공정위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사진=HMM 제공

◆공정위, 해운사 과징금부과 여진 지속

조선업계는 크게 흔들릴 수 있었지만, 지속되는 수주와 올해 업황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반면 해운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후폭풍이 지속된다.

공정위는 해운법 제29조를 근거로 정해진 요건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제 대상은 국내 HMM,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12곳이다.

공정위의 결정에 해운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과징금 규모가 당초 8000억원에서 대폭 축소됐음에도 비판이 쏟아진다. 이들은 그간 관행으로 여겨졌던 해운사 간 공동운임 합의를 불법행위로 판단한 공정위의 결정을 지적했다.

해운법이 허용하는 해운사 간 공동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해운사들을 범법 집단으로 매도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해운협회는 “해운기업들은 해양수산부 지도·감독과 해운법에 따라 지난 40여년 간 절차를 준수하며 공동행위를 펼쳐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절차상 흠결을 빌미로 해운기업을 부당공동행위자로 낙인찍었다”며 해운공동행위의 정당성 회복을 위해 행정소송 등 추가 대응을 시사했다. 또한 법적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운법 개정안이 조속히 의결되도록 청원할 계획이다. 

이처럼 해운업계의 반발이 유독 심한 이유는 문제가 된 동남아 항로에 투입된 선박이 과징금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선사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일본, 한국~중국 노선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남아 추가 과징금 부과 가능성도 부담이다.

현재로서 해운사들이 기댈 곳은 해운법 개정안의 통과다. 해운법 개정안은 공정위의 해운담합 규제 권한을 뺏고 과거에 있었던 운임 담합행위를 소급 적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정위의 해상운임 담합 불법 판단으로 개정안 입법 절차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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