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체제 전환, 세아베스틸지주 중간 역할
논란 속 기업 재편에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
"알맹이 빼내 상장, 재벌·대기업만 잇속 챙겨"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특수강 제조기업 세아베스틸이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 물적 분할을 결정했다. 분할 이후 신설법인의 상장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작 시장에서는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높다. 이에 주가 또한 급락했다.
증권가는 이와 관련, 중장기적으로 자회사의 적정가치가 평가되면서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에서 세아베스틸은 전 거래일 대비 13.83%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장 한때 17.0%까지 추락, 1만440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세아베스틸은 전날 장중 물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 결정을 공시했다. 분할 후 존속법인은 ‘세아베스틸지주’로 사명을 변경하고 지주회사가 된다. 신설법인은 세아베스틸 이름을 사용하며 투자사업 부문을 제외한 특수강 제조·판매 등 사업 부문 일체를 영위한다.
이번 지주회사 체제 전환으로 기존 세아베스틸 산하 세아창원특수강, 세아항공방산소재 등 10개의 자‧손자회사와 특수강 선두 기업인 세아베스틸이 병렬적 구조로 재편됐다. 즉 11개의 자회사를 지주회사가 거느리는 구조다.
회사 측은 “이번 분할로 주요 사업은 핵심 역량에 집중해 사업 전문성을 고도화하고 시장환경 및 제도 변화에 신속·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재무구조 개선 및 수익성 증대로 주주가치 극대화를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물적 분할 소식에 분노하며 국민청원을 진행 중이다. 청원자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는 것을 보면서, 국내 주식은 투자해 봐야 부자들 뱃속이나 채워주는 것임을 느꼈다”며 “알맹이를 빼내어 다른 곳에 상장해서 재벌이나 대기업들의 잇속만 챙기는 것을 벌써 5번 이상 봐 왔다”고 토로했다.
이 청원자는 “물적 분할 시 기존회사 주식을 가진 사람들은 신설법인의 주식과는 무관해지며 대부분 주식을 모회사(기존회사)가 갖게 된다”며 “더욱이 계속 신규 투자를 해야 한다며 배당도 전혀 안 하기에, 기존회사 주식을 가진 사람들은 배당도 못 받고 기존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지켜봐야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LG화학도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만들어 오는 27일 상장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이 기대되지만 정작 LG화학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지난해 최고치였던 2월5일(72조6000억원) 대비 32.92% 하락해 48조700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세아베스틸 측은 “물적 분할을 한다는 이유로 우려가 제기돼 당황스럽다”며 주력 자회사에 대한 추가 기업공개(IPO)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회사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세아베스틸 소액주주는 2만3447명이다. 이들은 총발행주식수 3586만2119주 가운데 33.02%의 주식을 보유했다. 최대주주인 세아홀딩스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합계는 62.65%다.
이를 감안할 때 3월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물적 분할 관련 안건의 통과(발행 주식의 3분의 1 찬성, 주총 참석자 3분의 2 찬성 조건)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편, 증권업계에선 중간지주사 설립이 완료되면 중장기적으로 자회사의 적정가치가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할로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지주(존속법인)→세아베스틸(신설법인)’ 구조로 세아베스틸지주가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게 됐다”며 “분할이후 세아베스틸지주의 세아베스틸, 세아창원특수강 지분변화 여부가 향후 주가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간지주사 설립은 호실적에도 반영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자회사 가치를 주가에 현실화하고자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세아베스틸은 지난해 11월 배당 성향 20% 이상의 정책을 발표한 바 있어 주가 지지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