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와이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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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정부가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빅테크 금융사를 규제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금융 혁신을 위해 빅테크 기업에 선진국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으로, 금융업을 영위하는 토스·네이버·카카오 등 다수가 사정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규제로 금융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달 만든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에는 빅테크 금융사 규제를 외국 사례에 맞게 정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등 금융환경 변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금융안정위원회(FSB)·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 논의 경과 등을 고려해 국제적 정합성을 갖춘 금융분야 빅테크 규율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동일기능-동일규제원칙의 엄격한 적용, 불완전판매 차단을 위한 행위 규제 정비, 부당한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강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빅테크 금융사와 은행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동일 기능-동일 규제 원칙' 적용이다. 일반 은행을 통해 다른 은행에 돈을 보내면 은행 간 채권-채무 관계를 따져 서로 주고받을 금액을 확정하는 '청산'이라는 절차를 거치는데, 빅테크 금융사를 통한 송금은 청산을 하지 않는다. 

청산을 하면 금융결제원에 기록이 남기 때문에 일반 은행 간 불일치가 생길 경우 한국은행 결제 시스템에서 제동을 걸 수 있다. 청산 절차를 거치지 않는 빅테크의 경우, 주고받은 고객 자금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외부에서 파악할 수 없다. 대다수 금융 소비자는 빅테크 금융사의 송금 기능을 일반 은행과 비슷하게 느끼고 사용하지만, 이들에 대한 규제 수준은 천차만별인 것이다. 

선불전자지급수단도 정비가 시급하다. 현재 잔액을 1000억원 이상 보유한 업체만 해도 9곳에 이르지만 이들은 모두 예금자 보호제 바깥에 있다. 회사가 파산해도 금융 소비자가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운영사가 고객 환매 요청에 대응하지 못해 지급 불능을 선언하면서 대규모 환불 사태를 빚었다. 당시 머지포인트의 이용자 수는 100만명, 거래 규모는 매달 300억∼4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형평성 논란이 있었던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 간 규제가 같아질지도 관심사다. 시중은행의 설립 자본금은 1000억원인 반면, 인터넷은행은 이의 4분의 1인 수준인 250억원에 불과하다. 또 일반 기업(산업 자본)은 원래 시중은행 주식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는데, 인터넷은행은 이보다 30%포인트나 높은 34%까지 보유할 수 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금산 분리'의 원칙이 인터넷은행에는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영업 초기의 인터넷은행은 각종 건전성 규제도 면제받고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는 빅테크 규율체계 정비방안과 금융산업 디지털 경쟁력 강화방안을 수립할 계획으로, 내년 하반기까지 금융회사 검사 및 제재시스템 개선방안 수립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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