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전·경호상 이유로 안내하려던 것" 해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4일 국회 사랑재 인근에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기다리던 중 국회 사무처 경호원들의 제지로 휠체어에서 끌어내려지는 모습. 사진=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4일 국회 사랑재 인근에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기다리던 중 국회 사무처 경호원들의 제지로 휠체어에서 끌어내려지는 모습. 사진=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 회부 추진위원회 제공

[서울와이어 김경원 기자] 94세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국회를 찾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려다 국회 사무처 경호원들의 제지로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

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추진위원회(추진위)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4일 오후 12시20분경 김진표 국회의장과 오찬이 예정돼 있는 펠로시 의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 사랑재에서 휠체어에 탄 채로 대기했다. 

앞서 지난 2007년 미 하원은 위안부 결의안 121호를 채택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역사적인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하기를 촉구한 바 있다. 이 결의안이 통과되는데 펠로시 의장이 큰 역할을 했었다. 

펠로시 의장은 이 결의안과 관련 2015년 4월 공식 방한 때와 2021년 3월 국회의장과의 온라인 간담회 등에서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계속해 밝혔던 것으로 알려진다. 

추진위는 이 결의안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펠로시 의장에게 이용수 할머니와의 면담을 요청하는 공개 서한을 3일 보냈지만 면담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이 할머니가 국회에서 펠로시 의장을 기다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국회 경호원들은 이 할머니가 사랑재에서 대기하게 자리를 마련했으나 펠로시 의장이 도착하자 동선 확보를 위해 급하게 휠체어를 이동시키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가 타고 있던 휠체어에서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할머니는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옮겨져 검사를 받았으며 현재 퇴원해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진위는 이 할머니가 손에 타박상을 입었고 상당한 정신적 충격도 받았다며 과잉 경호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회 사무처는 입장문을 내고 "할머니의 건강과 안정을 기원한다"면서도 "국제적 외교행사에서 사전 약속 없는 면담 시도는 외교적 의전 결례로 행사장 출입이 허가되지 않은 인원은 원칙상 통제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행사장 동선을 무단 점거한 이 할머니를 의전 및 경호상의 이유로 행사장 밖으로 안내하려고 노력했다"며 "추후 이광재 국회사무총장과 박경미 의장 비서실장, 경호담당자가 할머니를 직접 뵙고 위로와 안전을 살피는 등의 예의를 갖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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