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리인상·미국 잭슨홀 미팅에 투심 냉각
원/달러 환율, 1330원 돌파… 13년4개월 만에 최고
"상승동력 약화…9월 FOMC까지 당분간 횡보할 것"
"한 달간 오른 지수, 차익실현 가능 종목 선별 중요"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한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자 국내 주식시장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13년4개월 만에 장중 환율이 1330원을 돌파한 것도 위험회피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반등을 불러올 요인은 딱히 보이질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예정된 잭슨홀 미팅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주목했다. 잭슨홀 미팅은 통화정책의 중요 변곡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금통위에서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원화 약세의 진정 여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 긴축 의지·달러 초강세에 2450선대로 밀려
22일 한국거래소에서 오전 11시54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99포인트(0.80%) 하락한 2472.70을 기록 중이다. 1%대 떨어진 채 출발한 지수는 한때 2450선(2457.08)까지 낙폭을 키우기도 했다.
이날 급락의 원인은 연준의 긴축 의지 재확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주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이 잡힐 때까지 경제 성장세를 꺾을 정도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물가상승률을 2% 목표로 되돌리는 데 전념하면서 이를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 위원으로 통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9월에도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금요일 미국 증시는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과 옵션 만기일에 따른 수급 변동성 여파로 하락한 가운데, 주간 기준으로도 4주 연속 상승세가 종료됐다”며 “최근 심해지고 있는 중국의 전력난 등 대내외 이벤트가 지난 1개월간 반등탄력이 강했던 성장주와 인플레이션 피해주를 중심으로 코스피 상단을 제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긴축 의지 재확인에 달러화도 강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 시각 현재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2.0원 오른 1337.9원이다. 환율이 133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약 13년4개월 만에 처음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경제가 에너지발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면서 파운드 및 유로화 약세 현상을 유발시키고 있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에 추가 약세 압력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높고, 달러 초강세 현상이 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위안화 약세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모멘텀 부재로 위안화의 약세 기조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글로벌 주요 통화의 약세 현상이 원/달러 환율을 1350원 수준까지 견인할 여지가 커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 이벤트 앞두고 국내 시장 숨고르기 장세 지속

국내 증권전문가들은 이번 주 25~27일(현지시간) 열리는 잭슨홀 미팅과 금통위를 앞두고 숨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 FOMC까지 횡보 장세가 예상되면서 ‘추석 효과(추석을 전후해 매수 심리가 살아나는 현상)’ 기대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7월 안도 랠리도 최근 달러 강세·원화 약세로 상승 동력이 약화되는 모습”이라며 “기술적 경기선으로 불리는 120일선 저항을 받고 있기 때문에 9월 FOMC까지 시장은 당분간 횡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이는 잭슨홀 미팅이 중요하다”며 “통화정책에 있어 중요 변곡점을 제공했던 적이 있었던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번 잭슨홀 미팅의 주체가 ‘경제와 정책에 대한 제약 조건 재평가’인 만큼 통화정책과 긴축을 진행함에 있어 제약 요인들에 대한 논의들이 많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또는 성장 둔화 등 다양한 제약 요인들이 거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한국은행 8월 금융통화위원회도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하더라도 9월 중·하순 이후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한국 내수 시장은 금리 인상기에 더욱 취약하고 수출 경기도 둔화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불확실한 투자환경에서 시장에 거리를 두고 종목 선별에 집중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하기 불편한 시점에는 잠시 시장에 거리를 두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라며 “지난 한 달간 지수가 쉼 없이 올랐기에 차익실현이 가능한 종목도 일부 존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코스피 종목 중 조선, 지주, 방산, 2차전지, 자동차, 음식료 관련주에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이 꾸준히 순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외국인이 팔 수 있는 환경에서 팔지 않고 산 것은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