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강제사용, 타병동 헬퍼 역할
사전 설명 없이 타 부서로 옮겨져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 검사키트를 꺼내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코로나 검사키트를 꺼내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김지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진정돼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던 간호사들이 무급 휴직·권고 사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대한간호협회의 코로나19 병동 간호사 부당근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병동 폐쇄 뒤 기존 근무부서에 돌아가지 못한 간호사의 60.3%(138명)는 무급휴직이나 권고사직 압박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간호협회는 간호사 부당 대우 사례가 많다는 것을 파악한 후 지난달 19∼25일 코로나19 치료에 참여한 전국 245개 병원 간호사 764명(코로나19 병동 근무자 58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조사 가운데 휴직·사직 압박 관련 문항은 코로나19 병동 감축 이후 원래 근무했던 부서로 복귀하지 못한 간호사 229명을 대상으로 했다. 

응답자의 9.6%(22명)는 무급휴직·권고사직 압박을 받지는 않았지만 연차 강제 사용, 타 병동 헬퍼 역할 등 다른 압박을 경험했거나 여러 차례 부서가 옮겨지는 부당대우를 받았다고 알렸다.

코로나19 환자 감소와 병동 폐쇄 후 다른 부서로 배정받은 간호사의 83.0%(190명)는 본인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타부서 근무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69명은 타부서 근무 가능성에 사전 설명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기존 근무 부서로 돌아가지 못한 간호사들은 인력이 없는 부서에 배치(38.0%·87명)되거나, 매일 다른 병동을 돌며 헬퍼 역할(37.1%·85명)을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타 부서에 배치된 간호사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쓰다가 버려지는 소모품 취급을 당해 절망했다”, “간호사 업무에 회의감이 들었다”, “자존감이 떨어졌다”등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다만 부당한 대우에도 대부분의 간호사는 코로나19 유행이 재확산하면 코로나19 병동 배치를 수락하겠다(62.0%)는 의지를 보였다. 흔쾌히 수락한다는 답변은 0.4%였고, 28.9%는 어쩔 수 없이 수락하겠다고 답했다. 32.7%는 원부서 복귀를 약속한다면 수락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30.1%는 감염병 병동에 다시 배치되면 사직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간호협회는 “실질적인 간호사 안전대책과 적정한 보상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강 의원은 “간호사들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웠지만 환자가 감소한 이후로는 부당한 근무 환경에 처한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투입된 인력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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