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R 규제 정상화 6개월 유예… 자금난 금융사 적극 지원
금융위 1조6000억원 채안펀드 투입… 시장 안정화 총력

채권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자금 경색 우려가 나오자 금융당국도 서둘러 채안펀드 재가동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채권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자금 경색 우려가 나오자 금융당국도 서둘러 채안펀드 재가동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위축된 자금시장이 ‘레고랜드’ 악재까지 겹치며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채권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자금 경색 우려가 나오자 금융당국도 서둘러 ‘채권시장안정화펀드’(채안펀드) 재가동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불거진 이후 회사채 시장의 위축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필요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가 지난 5일 부도 처리되면서 확산됐다.

아이원제일차는 ABCP 2050억원 규모를 발행했고 이를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섰다. 강원도는 GJC의 최대주주로서 지분 44%를 보유 중이다. 최근 회사가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강원도는 보증 의무 이행 대신 법원에 GJC 회생절차를 신청하며 혼란이 일었다. 

ABCP까지 부실이 나면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금리가 크게 올랐다. 최근 단기자금 시장도 수요예측과 경쟁률이 전년 대비 크게 떨어지는 등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 이번 일로 시장에 전반에 공포심리가 더욱 만연해진 상황이다.

전날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3분기 공모회사채 수요예측 실시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공모 무보증사채 수요예측은 총 65건, 5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5000억원(39%)이나 감소했다. 경쟁률은 전년 동기(348%)보다 152%포인트나 떨어진 196%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수요예측 미매각 건수는 16건, 미매각 규모는 9500억원을 기록했다. 미매각률은 14%로, 전년 동기 대비 13%포인트 상승했다. A등급의 경우 미매각률이 58%에 달한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난 3~20일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1조3492억원으로, 지난달 5~20일 회사채 발행액(2조4882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가 불거진 이후 회사채 시장의 위축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난 3~20일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1조3492억원으로, 지난달 5~20일 회사채 발행액(2조4882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사진=연합뉴스
강원도 레고랜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가 불거진 이후 회사채 시장의 위축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난 3~20일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1조3492억원으로, 지난달 5~20일 회사채 발행액(2조4882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신용등급 AA 수준의 우량 채권마저 미달되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JB금융지주는 AA+신용등급과 금리메리트를 내세워 1000억원 규모의 공모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다. 정작 절반이 넘는 620억원이 미매각되며 완판에 실패했다. 

이에 앞서 SK렌터카도 지난 13일 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모집금액 400억원인 1.5년물에 100억원이 몰리는데 그쳤다. 한화솔루션(AA-)과 신용등급이 같은 SK리츠 회사채는 960억원 모집에 910억원만 들어왔다.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3000억원을 채우지 못했다.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신용 스프레드(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등급) 3년물 간 차이)’ 확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금투협에서 전날 기준 신용 스프레드는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2009년 8월13일(1.29%포인트) 이후 13년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사이 금리 격차를 의미한다. 수치가 커지면 시장이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자, 금융당국도 전날 지원책을 내놓고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김주현 위원장의 특별 지시로 채안펀드의 여유 재원 1조6000억원을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신속한 매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단기 자금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특히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 디폴트 사태로 인한 시장 불안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추가 캐피탈콜(펀드 자금 요청) 실시도 즉각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및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재무담당 임원과 금융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 조치를 6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LCR은 국제결제은행(BIS)의 유동성 비율 규제로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 비율을 뜻한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와 여신전문금융사에 대해선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유동성 지원 등을 적극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운영 중인 채안펀드를 조속히 투입해 최근 자금시장 불안정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코로나19 사태 후) 남은 채안펀드를 조속히 투입해 채권시장 안정화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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