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준비, 재택근무 등 환경 활용해 자료 빼돌려
중국 경쟁사에 기술 유출...기술 초격차 보안 비상

내부 기술을 유출한 삼성그룹 전현직 직원들 10명이 27일 기소됐다. 사진=서울와이어 DB
내부 기술을 유출한 삼성그룹 전현직 직원들 10명이 27일 기소됐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한동현 기자] 삼성전자 전현직 직원들이 반도체 기술을 빼돌리다 덜미가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성범)는 국내 반도체 관련 산업기술 등의 국외 유출 사건 2건을 수사한 결과 핵심기술을 유출한 연구원 등 7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재택근무 환경을 악용하거나 이직 준비 중 자료를 빼돌리는 식으로 기업 기밀을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국과의 협업이나 이직을 준비하면서 기밀자료를 유출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연구원 A 씨는 2018년 8월 중국 반도체 컨설팅 업체 이직을 준비하면서 설계발주 사양서, 시스템 운전매뉴얼 등 시스템 기술자료를 빼돌렸다. 이직한 후에는 관련 자료를 활용해 발주에 참여했다. 

초순수 시스템 시공 하청 업체 임원 B 씨는 중국 회사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삼성엔지니어링 전·현직 연구원들에게 첨단기술 설계템플릿을 사용해 설계제안서와 기술설명자료를 작성했다. 기술설명자료에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최신 초순수 시스템에 적용된 설계 개선사항과 개선방향 등 중요 정보가 포함됐다. 

이 회사 임직원들은 2018년 별도 법인을 설립해 시공현장 인력공급 등 관련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초순수 시스템 시방서도 반출했다. 

삼성전자 내 반도체 파운드리 부서 연구원 C 씨는 국외 경쟁업체 인텔의 PDK(Process Design Kit) 분야 이직을 위해 삼성전자의 SPICE(Simulation Program with Integrated Circuit Emphasis) 모델링 자료를 포함한 총 33개 파일을 촬영·유출했다.

C 씨가 유출한 자료 중 SPICE 모델은 전자회로의 아날로그 동작을 시뮬레이션하는 소프트웨어로 파운드리 공정 특성과 기술 수준을 파악할 수 있어 중요한 영업비밀이다. 그는 재택근무 중 주거지에서 반도체 기술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이를 촬영해 기술을 빼돌렸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의 기술유출 조사는 일부 마무리 됐다. 검찰은 "첨단 기술은 한번 유출되면 그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고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산업기술의 국외 유출이 엄정하게 처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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