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유학생 시절, 인터넷사업 처참한 실패 쓴맛
2016년 갤럭시 노트7 폭발, 리콜사태로 재차 위기
지난해 사상최대 매출·통신사업 수주 등 절치부심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입사 31년 만에 삼성그룹 최정점으로 올라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과거 사업 성과가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차세대통신(5G·6G)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며 역량을 증명했지만, 그도 한 때 사업방향을 놓고 헤매던 시절이 있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자신에게 따라붙었던 ‘마이너스 손’이라는 수식어를 벗어 던진 모습이다. 글로벌기업과 협력 등의 성과를 만들면서다. 하지만 이 회장도 지금과 달리 초창기엔 아마추어였다.
하버드 유학생 시절 인터넷비즈니스와 관련된 ‘흑역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삼성 황태자로 불리던 그는 2000년 정보통신(IT)기술 발전 개화기에 맞춰 자본금 400억원으로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이란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젊은 패기로 인터넷사업에 야심 차게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실제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은 각각 141억원, 76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인터넷사업 거품이 급격히 빠졌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음에도 기업들은 공중분해 됐다. 이 회장도 지분을 팔고 기업을 정리했다. 이는 현재까지 삼성과 이 회장 본인의 오점으로 남았다. 마이너스 손이라는 수식어도 이때부터 그를 따라다녔다.
이 회장은 이후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복귀해 기본기를 쌓는 데 집중했다. 통상적으로 재벌 총수 일가의 경우 ‘파격 승진’으로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회장은 달랐다.
실제 1991년 삼성그룹에 합류해 상무 승진까지는 12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그는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면서 어깨 너머로 사업전략 수립 등 경영 전반을 배웠다.
이 회장이 경영 활동 전면에 나선 시점은 2014년 5월부터다.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눕자 총수 역할을 대행해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끌었다. 다만 2016년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는 시험대였다.
폭발로 인한 리콜 파문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등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이 회장은 25년 만에 등기이사를 맡아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했다.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서였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일부 극성 네티즌들은 그를 다시 마이너스 손이라고 조롱했다.
총수 역할을 하기 직전 경영 능력에 대한 세간의 의구심은 이 회장에게 자존심 문제였다. 이에 그는 절치부심했다. 경영 변화를 꾀했고, 노력의 성과들은 차츰 모습을 드러냈다.
재계 관계자는 “주력인 반도체와 모바일 이외 바이오, 로봇, 메디컬 등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이 회장의 행보가 앞으로도 계속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회장의 취임 후 최우선 과제는 선대 회장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확실한 성과”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연간 매출 279조원 달성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반도체·모바일·생활가전 등 핵심사업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또한 삼성전자는 ▲2020년 미국 버라이즌 ▲2021년 영국 보다폰·일본 KDDI ▲올해 인도 에어텔 등 글로벌 초대형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5G 사업 협력관계를 맺었다. 이어 지난달 미국 최대 케이블 사업자인 컴캐스트의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
이어 경기침체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올해 8월 말 삼성전자가 출시한 차세대 폴더블폰인 ‘갤럭시Z플립4’와 ‘갤럭시Z폴드4’ 등 플래그십(최상위기종) 판매는 호조를 보이며 흥행을 거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27일 사업부별 실적 발표를 통해 “폴더블폰 등 플래그십과 웨어러블 신모델 판매 호조, 효율적인 자원 운용으로 환율 폭등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견조한 수익성을 기록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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