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 합병 혐의 관련 오전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면서 승진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 부정·부당 합병 혐의 관련 오전공판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면서 승진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회장에 취임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의 '어닝쇼크'로 어수선한 가운데 이 회장이 가장 먼저 던진 화두는 ‘기술과 인재 그리고 미래’였다. 

이 회장은 이날 별도 공식행사 없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의혹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 

오전 공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승진 소감을 묻는 기자들 질문엔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한 취임사를 대신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글로벌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봤는데 절박하다”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언급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안타깝게도 지난 몇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는 반성이다.

반성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동반한다.  '앞으로 나아가고, 선도'하기  위해서는 통념과 관행, 기존 질서를 바꿔야한다. 이 회장이 뭔가 큰 결단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이 회장의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다 빼고 모두 다 바꿔야 한다”는 신경영을 선언했다. 오늘의 글로벌 삼성은 그 때 그 선언으로 가능했다. 내년은 신경영 선언이 나온 지 10년이 되는 해다. 

이 회장도 부친 1주기인 지난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향점을 좀  더 확실하게 좌표에 찍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애드벌룬은 띄웠다. 이 회장은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기회있을 때마다 자신의 구상을 단편적으로 이미 밝혔다. 키워드는 기술.인재.미래이다.

올 6월 유럽 출장 후 귀국길에서도 그는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모셔오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 다음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8월 특별 사면복권 뒤 첫 현장경영에 나서면서 던진 메시지 역시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였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다음 달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로 모인다. 재계는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을 잇는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경영 보폭이 이전보다 과감해질 것이란 기대도 크다. 실제 이 회장은 사면복권 뒤 국내외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초격차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등의 시도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까지 설만 무성한 삼성전자 인수합병(M&A)에 대한 소식이 전해질지도 관심사다. 재계에선 M&A가 지체된 상황에서 회장 타이틀을 달고 경영일선에 나선 만큼 조만간 큰 결단을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