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행사 찾아, 후배 창업자들에 사업적 조언 쏟아내
"경제 불확실성 지속돼… 창업자들 기존 계획 권하지 않아"
최 회장 의중… SK하이닉스 사업에 반영, 투자액·생산 축소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국내 스타트업 행사를 찾아 긴축 경영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내외 경제 복합위기에 따른 대안인 셈으로 그는 후배 사업가들에게는 “소나기 내릴 때 세차를 하라고 권하진 않는다. 계획이 있다 해도 소나기는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스파크랩 데모데이 엑스’ 행사에 참석해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와 면담을 갖고 스타트업을 이끄는 후배 사업가들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선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좋은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소통과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성공을 위해선 사회적 문제를 사업(비즈니스) 아젠다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리콘밸리에 가보니 각각의 사업이 고유의 문화 위에 쌓아진 것”이라며 “남이 한 것을 따라가면 큰 도움이 안 된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기회가 생기고, 그러기 위해선 없었던 걸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 개선 시점에 대해서는 내년 말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돈이 씨가 마르고 있는 상태에서 돈을 벌려면 가치를 싸게 내놓아야 한다. 그러기보단 기다리는 것이 안전할 거 같다”며 고강도 긴축 경영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장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악화와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경영 전략을 수정했다.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으로 내년 투자액 규모를 올해 대비 50% 이상 줄이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감축할 계획이다.
재계는 최 회장 의중이 주력 사업 계획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이와 관련 “사업 결정이 항상 성공할 거로 생각하는 것은 주사위를 굴려서 계속 6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며 “지금은 소나기가 내리는 때로 일단 비는 피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우리나라 규제 시스템에 아쉬움도 드러냈다. 규제가 창업자와 투자자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한민국의 특징은 뭔가 생기면 자꾸 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스타트업 생존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거대 시장이 열리고 있다. 내가 만드는 모델이나 받아야 하는 투자가 ESG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비용으로 인식하는 대신 늘 하던 일이라고 생각해 이를 이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