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관 A씨, '숨쉬기 힘들다' 신고 이후 무차별 폭행
소방관 '무릎 십자인대 파열', 가정집에게 도움 요청
김주형 소방본부장 "소방관들 '트라우마 관리' 필요"

이태원 압사사고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이 즉시 근무에 투입돼 폭행을 당했다. 사진=이태구 기자
이태원 압사사고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이 즉시 근무에 투입돼 폭행을 당했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이태원 압사사고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 2명이 참사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근무 중 취객에게 폭행을 당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10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태원 사고 현장에 투입됐던 경기 고양시 소방관 2명이 만취한 모 부대 소속 부사관 A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한 명은 폭행을 피하려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A씨는 스스로 숨쉬기 힘들다는 내용으로 신고를 해놓고 출동한 소방관들을 이유없이 폭행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에는 A씨가 갑자기 소방관의 목을 조르는 장면도 담겼다. 놀란 소방관은 “하지 마세요. 선생님 폭행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오히려 “너 이게 뭐 때문에 그러는지 아냐”고 되물었다.

그렇게 A씨는 10분가량 폭행을 이어갔다. 소방관들은 결국 아래층으로 내려가 가정집 문을 두드렸고 잠깐만 도와달라. 119다. 문 좀 열어달라”고 말한 뒤 “죄송한데 경찰 올 때까지만 잠깐만 있겠다. 술 취한 사람이 폭행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김주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소방관들의 트라우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방관 한 명은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했고 또 다른 한 명은 십자인대가 끊어졌다”며 “치료랑 재활을 하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A씨를 군사경찰에 넘길 예정이다. 소방노조에 따르면 소방관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소방관 폭행도 2019년 203건, 2020년 196건, 지난해 248건 등으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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