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코로나19 발생 초기 방역 모범국이었던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파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면서 하루 신규확진자가 4만명에 육박했고 추적과 격리, 봉쇄라는 철벽 방역에 대한 주민 반발은 임계점을 넘었다.
28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7일 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3만8808명으로 4만명에 육박했다.
이달 6일 5000명대를 찍은 신규감염자는 10일 1만명을 돌파했고, 13일 1만5000명대, 16일 2만명대에 이어 24일 3만명을 넘었고, 다시 3일만에 4만명에 다가섰다.
중국 당국의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고강도 방역에도 감염자가 이처럼 늘어난다는 것은 '제로 코로나' 실현이 이젠 불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취재에 응한 홍콩대 역학통계학자 벤저민 카울링은 "엄격한 방역조치는 이제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고, 제로 코로나가 불가능해진만큼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3년에 걸친 중국 정부의 강압 방역에 따른 피로감이 확산하면서 국민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지난 24일 신장위그루자치구인 우루무치의 봉쇄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한 뒤 시위는 상하이와 베이징, 우한 등 전국적으로 확산한 모습이다.
아직은 백지 시위 등 침묵시위가 대부분이지만 지난 26일 밤 상하이의 우루무치중루에서 일어난 시위에서는 수천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중국 공산당은 물러나라, 우루무치를 해방하라,시진핑은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중국에서 최고권력자인 시진핑 퇴진 요구는 그 자체로 '반역'이다. 공안이 엄격하게 감시하는 시위 현장에서 이런 구호가 등장했다는 것은 국민들의 고통과 절망감, 분노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한 이후 중국 국민이 중계방송을 통해 경기장을 빼곡히 채운 관중을 보면서 자국의 방역이 얼마나 강압적이고 비인간적인지를 확연하게 인식하게 됐다는 견해도 있다.
홍콩의 명보는 "월드컵이 개막한지 며칠 만에 중국 인터넷에서 방역정책에 대한 여론의 흐름이 급속하게 바뀌었다"면서 "사람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제로 코로나'를 관철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시위현장의 공안들은 시위대에 "집으로 돌아가 TV로 월드컵 경기나 보라"고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만 나타나면 철저하게 격리하고 봉쇄하는 중국의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월드컵 경기장 분위기가 국민을 각성시키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