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인플레이션 보다는 경기둔화에 초점을 둘 때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2022년은 41년만의 미국의 높은 물가인상과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컸다. 2023년부터 세계경제는 물가인상 보다는 경기하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2023년 1/4분기 미국 금리인상 지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진전, 중국의 제로코로나 고수 여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상당하다. 세계 산업생산과 교역량증가율은 2021년 하반기부터 증가세가 크게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무역기구가 발표한 올해 2분기까지의 교역규모를 보면 물량기준으로 전기 대비 수출과 수입의 성장률은 우리나라가 속한 아시아의 성장세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분기 대비 수출 및 수입 성장률, 물량기준. 자료=WTO
전분기 대비 수출 및 수입 성장률, 물량기준. 자료=WTO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 대비 성장률이 3분기간 0%대 수준이었다. 민간 소비가 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설비투자도 증가하면서 3분기에 힘겹게 역(-)성장을 피했다. 하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늘면서 순수출은 전체 성장률을 2%포인트 가까이 깎아내렸다.

올해 3분기 실질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로 집계됐다. 다행히 2020년 3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올 3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소비, 설비투자의 기여도는 각 0.8%포인트, 0.7%포인트다. 반면 기저 효과가 있어 추세적 성장이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문제는 순수출의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기여도다.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데다, 3분기에는 중장기 수요량 확보 차원에서 원유 수입이 늘었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2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올 4월에서 11월까지 무역수지는 내리 8개월 적자를 기록했다. 가파른 수입물가 상승 등 무역수지 악화요인으로 올해 무역적자가 480억달러의 역대 최대치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은 두 달 째 감소세다. 반도체 수출이 29.8% 줄어든 탓이 컸다. D램·낸드 가격 하락이 지속하고 있다.

원 달러 환율은 4개월만에 1200원대로 떨어졌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12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를 종전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에서 빅스텝(0.5% 포인트인상)으로 인상하기로 한 영향이 컸다. 물가상승 압력이 둔화되고 전반적으로 경기둔화에 세계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국내외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9%로 예측한 이래 1%대 성장에 컨센서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 한국경제 하방 리스크 선제적 관리 해야

개인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약 10년 만에 연 7%대를 넘었다. 기업대출 금리도 10년 만에 연 5%대로 올라섰다. 가계의 고정금리 비중은 30%에 육박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가계 부문의 경우 올해 3분기 일시적 민간소비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실질 구매력 감소, 부채 부담 증가, 자산 가격 하락 등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자. 10월 개인 신용도를 기준으로 하는 일반신용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전달보다 0.6%포인트 오른 연 7.22%를 기록했다. 2013년 1월의 연 7.02% 이후 9년10개월 만에 연 7%대를 넘었다. 일부 은행에서 고신용 대출자에 대한 신용대출을 줄였다. 500만원이하 소액대출 평균 금리도 10월 연 7.37%로 올라섰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1월 기록한 연 7.55%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빚을 진 가계의 고통이 끔찍한 수준이다.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이)가 확대되면서 은행의 과도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에 대해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거나 금리 조정 폭과 속도를 더욱 완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한국은행의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자. 전 산업 업황 BSI는 전달보다 1포인트 하락한 75로 집계됐다. 2020년 12월에 기록한 75 이후 1년11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 산업 BSI는 지난 9월 기록한 78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은 전달보다 2포인트 오른 74를, 비제조업은 같은 기간 3포인트 내린 75을 기록했다. 비제조업에서 건설업 체감경기가 뚝 떨어졌다.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장비 임대 수요 감소로 사업지원·임대 서비스(77)가 7포인트 급락했다. 주택경기 둔화와 유동성 악화로 건설업(64)과 부동산업(64)도 각각 4포인트, 3포인트 감소했다. 내수 부진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도소매업(75)도 5포인트나 축소됐다.

12월 업황 전망도 69로 전월에 비해 4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경영애로 사항을 보면 불확실한 경제상황, 원자재가격상승의 뒤를 이어 내수 부진의 순위로 그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제조업 경영애로사항. 자료=한국은행
제조업 경영애로사항. 자료=한국은행

11월 경제심리지수(ESI) 순환 변동치는 10월보다 1.6포인트 하락한 94.1로 올 들어 최저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다.

미국(49), 중국(48), 독일(46.2), 영국(46.5), 일본(49) 등 주요국의 11월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가 50을 하회하고 있다. PMI는 50을 상회할 경우 성장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대외경제에 의존성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소비자가 투자와 소비를 더욱 꺼리게 될 확률이 높다.

지난달 9일 발표한 OECD(Composite Leading Indicators Index) 세계 경기선행지수는 98.4로 지속 하락 중이다. 이는 평균 주당노동시간, 신규 수주, 소비자 예상, 주택허가건수, 주식가격, 금리 스프레드 등을 포함한 10개의 선행지표를 조합하여 전체 경제의 건전성을 측정한다. 이 지수는 경제활동의 확장과 둔화 사이의 전환점에 대한 조기 신호를 제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OECD 세계경기 선행지수. 자료=인베스팅 닷컴
OECD 세계경기 선행지수. 자료=인베스팅 닷컴

부동산은 뜨거운 감자이나,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주택거래량은 3만2173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57.3% 감소했다. 지난 15년간 월평균(7만9000건) 대비 약 41% 줄었다. 매매시장만 얼어붙은 게 아니다. 주택 임대시장에선 집값이 급락하면서 '역전세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發) 자금경색은 건설사들의 줄도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지경이다. 건설사들은 높은 금리와 자재비와 인건비가 인상해서 과거와 같은 상황으로 집을 지을 수 없다.

부동산 급등 시기에 마련된 규제는 죄다 풀어주는 것이 오히려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 270만호의 주택 공급이 공염불이 되지 않아야 한다.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고 집을 사고 싶은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국경제가 경기침체를 겨우 면할 0.5% 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이제 시작 국면이다. 2023년 경제혹한기를 피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묘수를 적시에 충분하게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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