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 부패라는 2개의 적과 싸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 부패라는 2개의 적과 싸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우크라이나 사정당국이 부패한 공무원과 기업가의 집을  털었더니 숨겨둔 달러 다발과 명품 시계, 의류 등이 줄줄이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시 재정을 갉아먹을 수 있는 공직 부패를 척결하지  않고는 서방의 지원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2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사정당국인 보안국(SBU)는 1일(현지시간) 부패혐의를 받는 고위 공직자와 기업인 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그 결과 국제청장 직무대행의 자택에서는 15만8000달러(약 2억원)의 돈다발과  명품 시계, 차량 2대 등이  쏟아져나왔다. 그는 아파트  3채와 키이우 근교에 주택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안국은 "부패 척결 노력은 내부의  적과 전쟁을 벌이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바실  말류크 보안국장은 성명에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해악을 끼칠 담대함을 가진 모든 범죄자들은 모두  수갑을  찰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보안국은 불량 방탄조끼를 구매해 거액을 횡령한 국방부의 전 조달책임자고 기소했다. 그는 270만달러를  투입해 3000벌의 방탄조끼를 구입했지만 전혀 방탄기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의 유력 기업가이자 과거 젤렌스키 대통령의 절친이었던 콜로모이스키도  가택 수색을 당했다. 그는 자신의 지분을 갖고 있는 2개 석유기업에서 약 9억3000만유로(약 1조2000억원)의 횡령사건과 함께 탈세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TV채널까지 소유하며 우크라이나 정·재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콜로모이스키는 지난 2019년 대선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지원한 측근으로 알려졌었다.

우크라이나이의 부패는 악명 높다. 부패감시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에  의하면 지난 2021년 우크라이나의 투명성지수는 세계 180개국 가운데 122위였다. 유럽에서 러시아에 이어 부패가 2번째로 만연해 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으로부터 엄청난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받는 상황이어서 거센 부패 추방 압력을 받고 있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서방의 추가 지원은 물론 EU가입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은 국가를 쇄신해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국민에 봉사하는 정부를 만들 때"라고 말했다.

이번 부패 공직자 압수수색은 3일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의를 앞두고 단행됐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부패 척결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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