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공제율 상승 폭 큰 반면, 단거리 하락 폭은 작아
"마일리지 적립은 어렵고 쓸 곳은 없는 빛 좋은 개살구"
주무부처 장관 비롯, 정치권까지 마일리지 개편안 저격
혈세 지원받은 대가 ‘소비자 우롱 행위’로 갚아선 안 돼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은 못할망정 국민의 불만을 터트렸다.” 원희룡 국토부장관
“국민 편익을 생각않고 고혈을 짜내려는 오만함에 기가 찬다.” 정진석 비대위원장
“혈세 자금 지원받은 걸 잊고 국민 우롱하면 되겠나.”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이 항공 역사를 새로 쓰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주무부처 장관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 비판에 나서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보완책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서울와이어 박성필 기자] 최근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을 향해 주무부처 장관부터 정치권까지 연일 쓴소리를 쏟아낸다. 개편안이 아니라 사실상 고객을 생각하지 않는 ‘개악안’이라는 불만이 끓어올라 대한항공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대한항공은 오는 4월부터 새 마일리지 제도의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변경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의 경우 공제율이 높아지지만,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은 상대적으로 마일리지를 덜 써도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개편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거리와 단거리 노선 공제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장거리 노선은 공제율 상승폭이 큰 반면 단거리 노선은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때문에 이 개편안이 시행되면 같은 마일리지로 갈 수 있는 노선이 단거리로 사실상 제한된다.

대한항공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이 같은 마일리지 개편안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4분기 여객사업 매출 가운데 미주 노선 비중은 41%를 차지한다. 유럽 노선의 비중도 15%다. 이들 노선의 마일리지 사용 고객을 줄여 수익을 올리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제도의 공제 기준 변경 개편안 시행을 예고하자 소비자들은 반발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일리지 적립은 어렵고 쓸 곳 없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저격했다.

지난 19일에도 원 장관은 “유럽연합(EU) 공정경쟁 당국이 독점으로 인한 고객 피해, 항공시장 질서 교란, 독과점 폐해를 걱정하는 마당에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살아남게 해준 국민을 향해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은커녕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7일 SNS를 통해 “장거리 노선을 사실상 독점한 대한항공의 탐욕이 국민 분노를 폭발시켰다”며 “시장이 자율적으로 시정하지 않는다면 결국 정부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같은 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마일리지를 모아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의 주장은 모순된다”며 “코로나19 사태 당시 고용유지지원금과 국책은행의 긴급자금을 지원받은 걸 잊고 소비자를 우롱하면 부끄럽지 않나”고 지적했다.

이렇듯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보완책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무부처 장관뿐만 아니라 여당까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 비판에 나섰다. 개편안을 수정하지 않고 밀어붙인다면 그에 따른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재벌특혜’라는 비판을 맞으며 혈세를 지원받은 조 회장이 그 대가를 ‘소비자 우롱 행위’로 되갚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안그래도 시민단체들이 ‘통합 대한항공’ 출범 후 독과점적인 지위를 악용하는 경우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해온 상황이다.

대한항공이 빠른 시실 안에 마일리지 개편안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조 회장은 이번 주 중 개선안을 내놓거나, 개편안 시행을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도 대한항공은 새 마일리지 제도 시행을 수개월 늦추는 방안을 국토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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