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최고경영자(CEO)의 멍청한 솔직함이 멀쩡한 은행을 파산시켰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최고경영자인 그렉 베커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14일 미 CNN방송에 따르면 SVB 안팎에서는 그렉 베커 CEO의 '이해할 수 없는 바보스러운 조치'가 은행을 순식간에 파산으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SVB의 한 직원은 "베커 CEO가 폭풍(자금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 확보책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은행의 재정 문제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에 어안이 벙벙했다"고 밝혔다.
베커와 은행 경영진이 지난 8일(현지시간) 밤 18억 달러의 손실을 야기한 210억 달러어치의 채권매각 뿐만 아니라 신주발행을 통한 22억5000만 달러의 자본조달 계획을 밝혔는데 이 게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 소식은 핵심 거래자들이 몰려있는 실리콘밸리에 공포의 물결을 일으키면서 예금자의 패닉을 촉발해 순식간에 420억 달러가 빠져나갔고, 은행 주식은 60% 폭락했다.뱅크런으로 이날 은행 영업 종료시점에서 현금 잔고는 마이너스 9억5800만 달러였다.
예일대 최고경영자리더십연구소(CELI)의 제프 소넨펠드 소장과 이 곳의 연구책임자인 스티븐 티안은 SVB 경영진의 바보스러운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SVB가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22억5000만 달러의 자본조달 계획을 갑자기 발표한 것은 부적절했고, 18억 달러의 손실을 동시에 공개할 필요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둘을 한꺼번에 발표하면서 고객의 패닉을 증폭해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몰고갔다는 것이다.
스티븐 티안은 "누군가 성냥에 불을 붙이자 은행이 '불이야'하고 소리쳤다. 당연히 예금 인출이 쇄도하면서 광범위한 히스테리를 촉발했다"면서 발표 시점을 1~2주 늦추고 문제의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SVB의 다른 직원은 "CEO가 얼마나 멍청한지 충격을 받았다"면서 "40년 동안 영업을 하고 있는데 20억 달러를 조달할 수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노했다.
미 정부는 파산한 SVB를 떠안고 예금보호한도(25만 달러)를 초과한 예금 전액에 대한 지급보증을 한만큼 은행 경영진에게 강도높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 혼란에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고, 은행권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