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를 통해 앞으로 세상을 이끌 몇 가지 기술을 살펴보겠다.

1. 인공지능과 디지털 미

게이츠는 다가올 세대에 인공지능(AI)이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일생 동안 혁명적이라는 인상을 받은 두 가지 기술을 이야기했는데 그중 하나가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이다.

그는 AI는 휴대전화, 인터넷만큼 혁명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의 혁명적 기술은 무엇일까. 1980년대에 처음 목격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이다. 문자를 입력하는 대신 아이콘과 마우스를 이용해 명령하는 사용자 환경이다. MS 윈도,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iOS 등이 대표적이다.

AI는 우리의 모든 활동과 메시지를 이해하는 대리인(에이전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았다. AI 대리인은 우리에게 읽을 시간이 없다면 대신 글이나 기사를 읽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범용 AI 비서와 달리 ‘나에게 최적화된 비서, 나의 디지털 분신’ 기술은 없을까. 이를 디지털 미(Digital Me)라 부르고 약어로 DM이라고 한다.

DM은 개인을 대표하며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하는 학습 대행자로 정의된다. DM이 어느 누구의 대리인이려면 AI 기술의 발전에 따라 ‘나’를 대신해 의사 결정을 하고 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알고리즘을 갖춰야 한다. 한 개인의 모든 데이터나 지식이 디지털로 저장되는 것이 DM이다.

지난 5월 말 스트라이프(Stripe)의 공동 설립자인 패트릭 콜리전(Patrick Collison)과 앞으로의 인공지능(AI Forward)을 이야기하는 컨퍼런스에서 게이츠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다시는 검색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종전 같은 내 개인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전통적 도구를 찾지도 않을 거예요. 아마존을 들리지도 않을 겁니다. 모든 것은 당신의 대리인을 통해 중재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AI 대리인은 기성 대기업 회사에서 개발할 것일까. 아니면 스타트업에서 나올 것인가. 게이츠는 확신하지 못했다.

“나는 50대 50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실망하겠죠. 하지만 나는 몇 개의 스타트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게이츠는 AI가 몰고 올 혁신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부분으로 교육산업을 든다. 온라인 교육을 성장성이 농후한 분야로 보는 것이다. 만약 학생들이 1대 1 과외에 몰두하고 학교를 가지 않고도 생성형 AI를 통해 학습한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학생들이 최고의 AI 튜터에게서 1대 1 과외를 받는다면 세상은 혁명적으로 바뀔 것이다. 정말 그의 말처럼 많은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온라인 AI 튜터에게 몰두할까.

빌 게이츠와 패트릭 콜리전의 유쾌한 ‘미래의 AI’ 대화. 출처=골드만삭스
빌 게이츠와 패트릭 콜리전의 유쾌한 ‘미래의 AI’ 대화. 출처=골드만삭스

2. 탄소중립 기술

게이츠는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이라는 책을 썼다. 게이츠에 따르면 지구는 매년 510억톤의 온실가스를 대기권에 배출하는데, 우리는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 수준으로 멈춰야 한다.

이 중 게이츠는 우선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에 주목했다. 그는 탄소포집 기술 스타트업인 '버독스'에 8000만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게이츠는 ‘차세대 원자력(New-wave nuclear power)’도 강조한다. 지난 몇 년간 탄력을 받은 새로운 핵 설계는 더 안전하고 저렴한 에너지의 미래를 전망하게 한다.

테라파워는 게이츠가 설립한 업체다. 차세대 원자로 중 하나인 ‘소듐냉각고속로(SFR·Sodium-cooled Fast Reactor)’ 설계기술을 보유했다. 현재 가동 중인 3세대 원전보다 안정성과 경제성에서 진일보한 4세대 원전 기술로 통한다. 핵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면서도 높은 안정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눈여겨볼 것으로 소형 핵융합로 기술이 있다. 미국 MIT에서 분리된 회사인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에서 이와 같은 고온 초전도를 활용한 소형핵융합장치 스파크(SPARC, 1억와트(W)급의 소형 핵융합발전소의 이름) 개발을 진행 중인데, 게이츠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만큼 그 기술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는 지난달 2억달러의 투자를 받아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커먼 웰스 퓨전 시스템과 소형핵융합로(토카막) 건설 현장. 출처= CNBC
커먼 웰스 퓨전 시스템과 소형핵융합로(토카막) 건설 현장. 출처= CNBC

미국에서 개인으로 가장 많은 농경지를 보유한 사람이 있다. 그의 땅 총 소유 면적은 26만9000에이커(약 3억2900만평)이다. 경기도 전체 면적보다 큰 농지(Farmland)를 가졌다. 그는 누구일까. 바로 게이츠다.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 18개주(州)에 걸쳐 농지를 쓸어 담았다. 이유는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 농지의 86%는 게이츠 같은 개인이나 패밀리가 소유했다. 나머지는 연기금이나 보험회사 등 기관 투자자 소유다. 생각보다 기관 투자자 비율이 높았다.

농지와 임대료의 가격 상승은 식자재 가격에도 반영될 수 있다. 안정적인 식자재 공급은 국가적 관심사로 농지를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다. 그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농지가 더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힐 수 있다.

게이츠는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문제에 우리가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믿는다. 게이츠는 고기 회사인 배양육 스타트업 멤피스미트에도 투자한 바 있다. 심장전문의 우마 발레티와 줄기세포 연구자 니콜라스 제노비스가 공동 창업했고, 살아 있는 동물에서 채취한 소량의 근육, 지방, 연결 조직을 이용해 고기를 배양하는 세계 최초의 스타트업이다.

3. 백신 기술

올 2월 화성에 가느니 백신 개발을 지원하겠다며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저격한 이가 게이츠다. 실제로 화성에 가는 것은 꽤 비싸다. 그는 1000달러면 홍역 백신을 구입하고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화성에 가지 말라고도 했다.

게이츠가 전 부인 멀린다와 함께 운영하는 자선재단 ‘빌 앤 멀린다 재단’을 통해 결핵, 에이즈 등 전 세계, 특히 빈곤국에서의 전염병 퇴치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특히 1990년대 후반부터 각종 바이러스,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백신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백신 개발 투자에 열을 올려왔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훨씬 이전부터 '팬데믹'의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했다. 이 때문에 실제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그는 음모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가 백신 실험을 위해 아프리카와 인도에서 수천명의 아이를 죽였다거나 코로나19 역시 그가 퍼뜨린 것이라는 주장 등이다.

일부 공화당원은 백신 접종이 게이츠가 사람들에게 마이크로칩을 이식해 추적하기 위한 음모의 일환이라 믿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게이츠는 이런 근거 없는 주장들 속에서도 의연히 백신 개발을 이끌어왔다고 NYT는 평가했다.

게이츠는 인터뷰에서 “우린 정부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제약사들과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며 “우린 이 시나리오(코로나19 관련)에 대해서도 생각해왔다. 우린 최소한 전문지식과 관계적인 측면에서 매우,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직원 1600명을 둔 그의 재단은 제약사뿐만 아니라 관련 벤처기업, 학계도 지원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화이자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독일의 바이오엔테크다. 그는 세계 각국 지도자, 제약사 대표들과도 수시로 연락하면서 백신 개발 상황을 조율하는 ‘로비스트’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엔데믹 이후에 범용 백신 개발을 하고 경제와 보건이 함께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이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 그는 팬데믹이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기에 기후 변화를 막을 탄소중립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출처=씨넷
출처=씨넷

4. 식물 줄기세포 플랫폼 

식물 세포로 배양한 연어를 먹어본 적이 있는가. 동물 보다는 식물배양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 가격만 합당하다면 좋을 것 같다. 동물 사육만큼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커피를 재배하는 땅의 88%가 2050년쯤에 사라진다면?

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핀란드에서 식물세포를 배양해 커피를 만드는 방법에 몰두하고 있다. 식물의 성체가 아닌 세포를 통해서 이 모든 목적을 도모한다고 하니 대단하다.

식물세포 배양을 통해 추출한 유효물질들의 성장성이 우수하다. 화장품, 향수 외에도 의약품, 건기식, 식물자원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할 수 있고 농작물 위기가 현실화됨에 따라 식물세포 배양, 생산 기술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세상은 점점 식물세포에서 유래한 약리물질 개발 등 식물 기반 바이오업체로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줄기세포 촉진제, 방광배뇨 개선제 및 요실금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강력한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탄소중립과 식량재배에 관심이 높은 그이기에, 게이츠 재단이 최대주주인 글로벌 1위 향수 업체 지보단은 식물세포 배양과 관련한 한국 기업 바이오에프디앤씨에 8.46%의 지분을 투자했다. 향기 나는 식물세포를 공동개발하고 향수 소재로 제품이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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