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물살이 강했는데 구명조끼 왜 안 입혔냐"
해병대 "유족에 깊은 위로와 사과 말씀 드린다"

[서울와이어 이재형 기자]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 피해 현장에 투입된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 A일병(20)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후 14시간 만에 발견됐으나 결국 사망판정을 받았다.
당시 수색작업에 투입된 대원들은 구명조끼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지급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경북도소방본부와 해병대 등에 따르면 수색 당국은 전날(19일) 오후 11시쯤 경북 예천군 내성천 고평대교 하류에서 A일병을 발견했다. 경북119특수대응단이 드론으로 야간 수색을 하던 중 붉은색 옷을 입은 A일병을 포착했고 대원들이 그를 인양했다.
A일병은 이날 오전 0시45분쯤 해병대 헬기를 통해 해군포항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판정을 받았다.
해병대 병사들은 지난 18일부터 집중호우로 실종된 주민을 찾기 위해 수색현장에 투입됐다. 사고는 지난 19일 오전 9시3분 예천군 호명면 석관천 일대에서 발생했다.
A일병은 실종자 수색 작업 중 동료 2명과 함께 강물에 빠졌다. 동료들은 수영을 해서 탈출했으나 그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떠내려갔다.
최초 신고자인 지역 주민은 사고 당시 해병대원은 구명조끼 없이 강물에 몸을 담갔다고 전했다. 해병대 측도 장병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했다.
현장을 찾은 A일병의 부모는 오열했다. 부친은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는 왜 안 입혔냐. 이거 살인 아닌가요”라며 군 관계자들 앞에서 오열했다. 모친은 “착하게만 산 우리 아들인데 내 아들 어딨냐”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고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구명조끼라도 입었다면…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급류로 사람이 떠내려간 장소에 왜 맨몸으로 밀어넣나” 등 반응을 보였다.
해병대는 이날 ‘예천 호우피해 복구작전 시 순직자 발생에 대한 해병대 입장문’에서 “호우피해 복구작전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해병대원의 명복을 빈다”며 “유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해병대 수사단은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