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적 통제 시스템… 금감원 대책 내놔도 통제안되
금감원도 행정지도력 약해, 현장에선 권고사항 무시
신뢰잃은 은행권… 경영진 책임제 등 특단 대책 필요

거액의 직원 횡령사고가 발생한 경남은행. 사진=연합뉴스
거액의 직원 횡령사고가 발생한 경남은행.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최근 BNK경남은행에서 562억원의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등 대형 은행에서 거액 횡령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은행과 금융당국의 부실한 감독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금융사 임직원의 횡령 금액은 경남은행 사건을 포함해 총 592억73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1010억7200만원으로 역대 가장 큰 횡령액을 기록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금감원은 이번 경남은행 횡령 사건의 원인으로 은행의 후진적 내부 통제를 지목하고 있지만 금감원 차원에서 적극적 행정지도가 약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다.

금감원에 따르면 경남은행은 투자금융 부서 직원 A씨에 대한 자체감사를 통해 77억9000만원의 PF대출 상환자금 횡령 혐의를 확인하고 지난달 20일 금감원에 보고했다. 이어 금감원은 곧바로 지난달 21일 긴급 현장점검에 착수했으며 A씨의 횡령 484억원을 추가로 확인했다. 현재 총 횡령 규모는 562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경남은행은 기본 원칙인 특정 부서의 장기 근무자에 대한 순환인사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횡령 혐의를 받는 직원 A씨는 2007년 12월부터 올 4월까지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해 왔다. A씨의 소속 부서는 올 초 바뀌었지만 같은 본부 내 투자금융부에서 투자금융기획부로 옮기는 데 그쳤다.

또 경남은행은 고위험 업무에 대한 직무 분리, 거액 입출금 점검 등 기본적인 원칙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런 위법·횡령 행위가 수년에 걸쳐 장기간 이뤄지는데도 은행 내부나 당국이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700억 원 횡령 사실이 적발된 우리은행 직원은 행장 직인 도용, 무단 결근, 문서 위조 등 일탈 행위를 지속했지만 8년간 은행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또 새마을금고 직원이 고객 예·적금을 무단 인출하는 등 129억 원을 빼돌렸다가 지난해 발각된 사건에서도 10년 넘게 내부에선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건 이후 금융사 임원들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등의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꾸준히 마련해 왔다. 하지만 이를 어겼을 경우 제재 수위가 낮아 현장 일선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은행검사 업무를 맡았던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나가 보면 중간관리자는 내부통제를 실무자가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무진은 중간관리자 몫으로 치부하며 서로 책임을 미룬다”며 “영업 실적은 최우선으로 신경 쓰는 반면에 내부통제는 성과지표에 들어가지 않다 보니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도 “실적이 당장 중요하다 보니 특정 분야를 오랫동안 맡아온 전문가를 순환시키기 쉽지 않다”며 “은행의 감사 담당도 임기 이후 연임 여부를 신경 쓸 수밖에 없기에 감사를 엄격히 진행하기 힘들다”고 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작년부터 끊이지 않은 횡령 사건으로 은행권이 국민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내부통제를 개선하라고 공문을 보내고 대책을 내놨는데도 경남은행 사건이 불거져 참담한 심정”이라며 “횡령사건이 두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 차원에서 강도높게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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