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미호천교 공사 제방관리 원인 지목, '책임 논란'
오송읍민 비대위 "기본 무시한 대가… 대책 마련해야"
금호건설 "무너졌다는 말 사실이 아니야… 조치했다"
역성장·부채비율 상승 속 이미지 타격 불가피할 전망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충북 청주시 오송지하차도(오성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 원인을 놓고 공식적인 조사와 수사가 착수된 가운데 시공사인 금호건설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많은 인원이 사망한 만큼 적지 않은 타격과 비난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0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지하차도에서 14명이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해당 사업은 2018년 행정복합도시건설청이 발주하고 금호건설이 수주한 오송·청주 간 도로확장공사다. 국도 36호선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리에서 강내면 탑현리(미호천교)까지의 연장 1㎞ 구간에 총 사업비 54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침수사태와 관련해 인근 미호천교 공사의 제방 관리가 원인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시공사인 금호건설의 책임 여부다. 금호건설이 시공을 맡은 미호천교 양옆의 가설 도로가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오송읍민 재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미호천교 확장 공사 부실로 제방이 무너지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었다”며 “제방을 넓히면서 확장 뚝을 사전에 쌓고 배수로를 정비해야 하는 기본을 무시한 대가다. 충청북도와 청주시는 금호건설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합의해 피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인근 주민들은 미호천교 공사 과정에서 기존의 제방은 무너진 상태였고 집중호우 소식 이후 금호건설 관계자 등이 급하게 임시 제방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미호천교 공사 설계 단계부터 제방의 높이 등이 고려되지 않았고 집중 호우를 버텨낼 수 없는 수준의 낮고 좁은 임시 제방 조치는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행복청은 2017년 10월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 사업을 준비하고 조달청에 공사 발주를 의뢰했다. 해당 사업에는 미호천교를 확장·신설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시공사인 금호건설은 행복청이 수립한 공사 계획에 따라 2021년 11월 기존 제방을 허물고 그 자리에 임시 제방을 올렸다.
금호건설 측은 “행복청의 발표대로다. 발주처인 행복청의 설계대로 진행됐다”며 “임시로 둑을 쌓았는데 무너졌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침수 당일 새벽부터 제방 위에 흙을 더 쌓아 높이를 올렸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지난 1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금호건설 본사를 비롯한 시공업체 2곳과 감리업체 3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 대상자와 참고인 등의 조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검찰과 기관 등 조사 결과를 살펴봐야 하지만 금호건설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건설 주가는 지난달 25일 한 주당 53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송 지하차도 영향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결코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없다. 금호건설의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로(LH)로부터 ‘시험실 규모와 시험장비 또는 건설기술자 확보 미흡’으로 벌점을 받은 사실도 밝혀지면서 ‘부실시공 의혹’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이유로 벌점을 받은 것은 국내 건설사 가운데 금호건설이 유일하다.
품질관리를 위해 법에서 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기준조차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어서 궁평2 지하차도 사고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지난해 15위에서 올해 21위로 미끄러졌다. 회사의 성장세가 불안하다는 의미다.
금호건설은 이미 지난해 역성장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금호건설 매출은 2조485억원, 영업이익 55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0% 추락했고 당기순이익도 1481억원에서 86% 감소한 207억원에 그쳤다.
늘어나는 부채비율도 문제로 지적된다. 올 1분기 금호건설 부채비율은 221.66%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174.02%)과 비교하면 1년 만에 47%가 확대된 것이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 미만이면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받는다.
금호건설은 최근 금호석유화학그룹을 상대로 낸 그룹 상표권 관련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금호건설이 요구한 상표사용료는 19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부실시공이라는 이미지 타격을 받으면 금호건설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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