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단지 대거 적발, 설계·시공·감리 전 과정 '부실'
무량판 구조 단지 우려 심화… "부실점검 비판도 쏟아져"
임원 전체 사직서 제출했으나… '보여주기식' 수습 지적
특혜·법인카드사용 논란 등으로 신뢰↓, LH 해체설 솔솔

LH가 최근 철근 누락 사태로 신뢰를 크게 잃으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LH가 최근 철근 누락 사태로 신뢰를 크게 잃으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과거부터 잇단 사건·사고를 일으키면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지난달 발생한 ‘철근 누락 사태’로 신뢰를 크게 잃으면서 LH를 향한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이에 LH의 과거 논란들을 재조명하고 앞으로 신뢰를 되찾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최근 부동산시장의 최대 화제는 철근 누락이었다.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건물을 짓는 LH의 단지 중 철근이 빠진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갈수록 LH에 대한 믿음이 밑바닥까지 떨어지고 기업을 해체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확산되면서 LH는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몰렸다.

◆공기업이 어떻게… 철근 빼고 아파트 건설

7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철근 누락 LH 아파트 명단과 해당 아파트 설계·시공·감리사를 공개했다. 철근 누락 단지 15개 단지 총 1만1168세대다. 주요 단지는 파주 운정과 남양주 별내, 아산 탕정, 양산 사송 등이다.

부실은 설계, 감리, 시공 전 과정에서 발견됐다. 15곳 가운데 10곳은 설계 과정부터 지하주차장 기둥 주변 보강 철근이 누락됐고, 5곳은 시공 과정에서 설계 도면대로 시공되지 않았다.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 아닌 설계·감리·시공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LH 발주 아파트 중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단지를 91곳으로 규정하고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했으나 추가로 10개 단지가 점검 대상에서 빠진 사실도 뒤늦게 발견됐다. LH는 누락된 단지가 설계정보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아 빠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수조사가 첫 단계뿌터 허술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LH는 미착공 단지 3곳(1141세대), 공사 중 단지 4곳(2534세대), 준공 단지 3곳(3492세대) 등 총 10개 단지가 점검에서 누락됐다고 밝혔다. 분양주택 1871세대, 임대주택 5296세대로 총 7167세대다.

LH 조사에서 한 두 곳도 아닌 10개 단지가 무더기로 누락된 것을 두고 부실공사를 잡아내기 위한 점검조차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LH는 올 5월부터 지난달까지 LH가 무량판 구조로 지하주차장 공사를 발주해 시공사를 선정한 아파트를 전수조사했다.

LH는 2017년 이후 지하주차장에만 무량판 구조를 적용했으며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가 활용된 단지는 없다고 단언했으나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를 쓴 LH 아파트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LH는 착공 이전 단지는 구조 설계 적합 여부를 확인하고 공사 중인 단지는 추가 정밀안전진단을 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5일 LH 발주 아파트 철근누락 수사 의뢰와 관련해 경남 진주 LH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경기북부지역에 위치한 본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LH가 가장 엄정한 처분과 시정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는 원칙을 말씀드린다”며 “LH는 공기업으로서 업무를 성실히 하고 감독하는 실무적 책임이 있다. 해당 행위가 배임이나 업무 태만, 중대한 직무 유기에 해당할 수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시 초롱꽃마을 LH3단지(파주 운정 A34) 지하주차장에 보강 공사를 위한 천막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경기도 파주시 초롱꽃마을 LH3단지(파주 운정 A34) 지하주차장에 보강 공사를 위한 천막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LH '해체론' 솔솔… 끝없는 내부 문제

LH의 ‘철근 누락 사태’ 여파가 내부까지 파고들었다.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자 결국 LH 임원 전체가 책임을 지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근본적인 혁신을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으나 일각에서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달 11일 “LH의 근본적 혁신을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전체 임원의 사직서를 받고 새로운 인사를 통해 LH를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본인의 거취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 등 정부의 뜻에 따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LH의 권한이 조직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큰 것 같다”며 “어떻게 가장 기본적인 통계자료.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자료에도 인위적으로 뺐는지 참담하고 실망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아주 경미한 것도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하나도 남김없이 보고를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LH 임원 5명의 사직서를 받았고 4명을 사직 처리했다. 과감한 쇄신 카드인듯 했으나 보여주기식 쇼로 판명됐다. 실제 사직 처리된 4명의 임원 중 국민주거복지본부장과 국토도시개발본부장의 임기는 이미 지난달 끝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나머지 2명(부사장·공정경영혁신위원장)의 임기도 불과 한달 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H는 또 한번 신뢰를 잃었다. 

LH의 내부적인 비리와 문제는 뿌리깊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1일까지 집계된 LH 임직원의 내부 징계 건수는 299건에 달했다.

징계 사유는 취업규칙 위반, 품위유지의무 위반,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업무처리 부적정 등이었다. 올 1월부터 지난달 1일까지는 34건의 징계가 이뤄졌다. 견책 17건, 정직 8건, 감봉 5건, 해임 3건, 파면 1건 등이며 임직원 일부는 뇌물 및 금품 수수, 음주운전 등 혐의로 처벌됐다.

특혜 논란까지 발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를 포함해 16개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 18개사는 2020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경쟁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LH가 발주한 77건의 용역 계약을 따냈다.

가장 많은 수의계약을 맺은 A건축사사무소는 LH 출신이 창립해 3기 신도시 공동주택 설계용역 등 11건, 343억원을 수주했다. 또 LH 처장·부장급을 영입한 B건축사사무소는 고양창릉, 파주운정 등 신도시 아파트 단지 설계용역 6건을 275억원에 수주했다.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를 설계한 C사 역시 지난 3년 동안 수의계약을 통해 설계용역 6건, 269억원 규모를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량판 기둥 154개 전체에 전단보강 철근이 빠진 채 양주 회천아파트 단지를 설계한 D종합건축사사무소는 수의계약으로 설계용역을 대거 수주해 왔다. 이들이 수의계약을 통해 따낸 용역은 2335억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직원들이 5년6개월간 법인카드를 2000억원 넘게 사용했다는 사실도 알려지면서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LH가 제출한 법인카드 사용 내용을 분석한 결과, LH는 201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법인카드를 2038억5288만원 사용했다.

LH 직원들은 ‘횟집’ 상호가 들어간 가게에서 26억원을 사용했다. 대부분은 업무간담회, 업무추진회 등으로 적고 참석자 등 구체적인 내용은 기재하지 않았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641일에 걸쳐 6033회 10억5138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휴일 하루에 164만원씩 쓴 셈이다.

국민들은 이제 불신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한 누리꾼은 “도대체 몇 번의 사고를 더 일으켜야 만족할지 궁금하다. 또 다시 기회를 주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라며 “믿음은 커녕 이제는 LH에게 화가 난다. 그냥 해체하는게 맞는 수순일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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