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불황·예비입찰기업 자금능력 불안 우려 높아져
걸림돌은 '영구채', 정부가 나서 대기업 참여 유도 해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유일 국적선사이자 글로벌 선사로 발돋움 중인 HMM의 매각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해양기자협회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해운빌딩 10층 강당에서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고 현재의 상황을 진단했다. 사진=한국해양기자협회 제공
한국해양기자협회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해운빌딩 10층 강당에서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고 현재의 상황을 진단했다. 사진=한국해양기자협회 제공

◆"정부가 영구채 관련 입장 명확히 제시해야"

침체된 해운업황과 HMM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영구채 처리 문제 등이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예비 인수 후보들의 자금 조달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HMM은 자산규모가 26조원인 반면 하림은 17조원, LX는 11조원, 동원은 9조원이어서 본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가 결정된 이후에도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국해양기자협회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해운빌딩 10층 강당에서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학계에서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좌장)와 한종길 성결대 교수가 참석했다. 

업계에서는 김종현 판토스홀딩스 고문(전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투자본부장)과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 시민단체에서는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HMM 사원들을 대표해 이기호 HMM 노조위원장이 패널로 나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첫 세션에서는 국내 최대, 그리고 유일한 국적선사인 HMM의 새 주인은 누가 되어야 하는지와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들의 여력이 있는지, 낙찰시 우려되는 부분, 유찰 가능성에 대해서 진단이 이뤄졌다.  

한종길 교수는 이와 관련 매각 시점에 대해 지적했다. 한 교수는 “3분기 HMM의 영업이익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최근 유럽연합(EU)가 정기선 운항 동맹을 더 이상 못하게 하는 등 해운업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 “특정 회사가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많은 혈세를 동원해서 살려놓은 회사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해운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지속적인 투자를 할 만한 재무능력을 가졌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종현 고문은 과거 한진해운 사례를 언급했다, 특히 김 고문은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최근 2~3년간 해운 역사상 발전할 수 없는 흑자가 났으나, 이제 해운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며 "HMM은 견뎌낼 수 잇는 내실과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우산 아래 계속 있으면 한진해운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며 "HMM은 가능한 한 빨리 민영화를 해야 한다. 영구채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 해줘야 사명감을 가진 대기업이나 다른 인수 후보자들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은 “새우가 고래를 삼킬 수는 있지만 과거 기업인수 사례를 보면 결과는 좋지 못했다”며 “산은이나 해진공은 ‘새우가 인수하든 고래가 인수하든, 5~10년 뒤 일어날 일은 모른다’할 게 아니라, 국가가 투입한 돈은 회수하더라도 우수한 새 주인을 짝지어주는 마지막 남은 임무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전 실장은 "글로벌 선사들은 항만뿐 아니라 육상까지 아우르는 종합물류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며 "인수에 있어서는 분명히 어떤 기업이 해야할지 명확하다. 초거대 투자를 이뤄낼 수 있는 기업에 인수돼야 한다"고 했다.  

토론에 참석한 산학업계 전문가들은 HMM 매각 과정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 주식시장 이슈 등 불확실성을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한국해양기자협회 제공
토론에 참석한 산학업계 전문가들은 HMM 매각 과정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 주식시장 이슈 등 불확실성을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한국해양기자협회 제공

◆원활한 매각 위한 태스크포스 제안도 나와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영구채 문제가 주식시장 매각 이슈와 얽혀 있다는 점에서 "매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영구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앤 후 대기업도 신규 플레이어로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호 HMM 노조위원장은 매각공고 첫 단계부터 잘못됐다며 “불확실한 사정 탓에 포스코나 현대차, 물류에 강점을 가진 CJ 등이 참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정부가 입장을 정리해줘야 한다. 유찰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컨테이너산업은 전통적으로 치킨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과거 한진그룹이 능력이 없어서 한진해운을 파산시켰겠는가, 치킨게임을 이겨낼 수 없었던 것”이라며 “적정 인수기업을 선정하는 것은 물론 그런 기업이 나타날 수 있도록 영구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부가 내줘야 한다”고 불확실성 해소가 먼저라고 봤다. 

김인현 교수도 “매각하기로 했으니 절차대로 되면 좋겠지만 유찰이 될 경우 정부가 지분을 얼마나 갖고 갈 것인지 등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진 2세션에서는 민영화가 되면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논의됐으며, HMM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 토의에 주제가 됐다.  

우선 김종현 고문은 “공기업이 관리하는 회사와 민영화한 회사의 차이점은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한진해운 마지막 순간이나 HMM을 살릴 때에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었다. 민영화되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부장급이 30% 이상인 조직은 잘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용백 전 실장은 “HMM은 스크러버 설치율이 전체 선박의 80%인데, 2021년 이후 글로벌 선사들은 40% 정도의 설치율을 유지하고 있다. 5년 후에는 규제가 시작될 것”이라며, 민영화가 되면 수익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처럼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영구체 문제의 선제 해소는 물론 지금의 매각 조건에선 새로운 인수후보들이 나오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이 부분을 짚어 해소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한편 동원산업과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 LX인터내셔널 등 HMM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본격 실사에 돌입한 가운데 산은 실사가 마무리되면 11월 중 본입찰을 실시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