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 서영백 기자]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1년 전 참사 영향으로 거리에서는 핼러윈 장식이나 소품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이태원 일대는 발 디딜 틈 없이 인파로 가득 찼던 매년 핼러윈 축제때와 달리 평소 금요일 저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후만 해도 텅 비어있던 세계음식특화거리의 음식점과 술집에는 점점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음식점마다 스피커에서 큰 소리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통행이 어려울 만큼 대규모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 시민들은 거리에 설치된 안전 펜스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질서를 지키며 일방통행을 유지했다. 사고가 났던 해밀톤호텔 골목도 크게 붐비지않았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이태원을 찾은 여러 시민은 참사 1주기를 기억하기 위해서 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발걸음을 멈춘 채 참사 경위 등을 설명한 표지판을 읽으며 눈물을 보였다. 숙연한 표정으로 포스트잇 판에 추모 글귀를 적기도 했다. 일부 상점은 '깊은 마음으로 애도합니다. 27일∼31일 휴무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붙여놓은 채 문을 열지 않았다.
음식점과 술집이 많은 강남역 일대도 밤이 깊어져 가며 북적이기 시작했지만 핼러윈 축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평소처럼 금요일 저녁 개인적인 약속을 즐기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술집이 즐비한 거리에 서초구가 설치한 보행안내 전광판에는 오후 9시 기준 '보행원활'이라는 메시지가 표시됐다.
하지만 홍대 거리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시간이 늦어질수록 인파가 늘어나며 거리가 붐비기 시작했다. '불금'을 즐기려는 친구, 연인,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았지만 핼러윈축제에 참여할 목적으로 온 이들도 여럿 있었다.
곳곳에서 핼러윈 코스프레를 한 시민도 눈에 띄었고, 홍대입구역 출구 뒤편에서는 한 노점상이 핼러윈용 장식용품을 판매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오후 9시께 클럽거리 입구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10여명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마포구청장과 마포경찰서장, 마포소방서장 등으로 구성된 합동 순찰대는 27일 오후 8시부터 약 1시간 동안 홍대 거리를 점검했다.
경찰과 마포구청은 불과 1년여 전 대규모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을 포함한 홍대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구역에 것에 대비해 오는 31일까지 인력을 집중 배치했다. 이 기간 매일 12개 경찰서 620명과 경찰관 기동대 10개부대 등 총 1260명이 취약 시간·장소에 투입된다.
앞서 지난 27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홍대 일대를 방문해 안전조치 관련 현장을 점검했다. 이날 윤희근 경찰청장은 마포경찰서장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주재하고 “자치단체 등 유관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업해 인파밀집 예상 지역에 대한 선제적 안전활동을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이날 종합대책회의를 열고 “호각, 불봉, 확성기 등 질서 유지를 위한 장비를 적극 활용하고 인파 운집 시 지하철 무정차를 요청하는 등 유관기관과 협조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