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화장품) 부문 매출 2019년 이후 지속 감소세
뷰티 생산거점 청주사업소 생산능력 3조원 아래로
쿠팡과 4년 9개월 만에 화해로 내수·수출 실적 확보

[서울와이어 황대영 기자] 쿠팡과 LG생활건강이 4년 9개월 만에 로켓배송을 두고 벌인 분쟁을 해소했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생산자로부터 상품을 직접 매입해 물류센터에서 곧바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물류방식으로, 쿠팡과 LG생활건강은 지난 2019년 납품가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는 플랫폼과 대기업 간의 본격적인 분쟁으로 비쳤지만, 결과적으로 LG생활건강이 내수·수출 실적 악화에 고개를 숙인 모습이다.
쿠팡과 LG생활건강은 12일 각각 보도자료를 내고 LG생활건강 제품을 로켓배송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 제품들은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입점될 예정이다. 쿠팡은 해당 자료를 통해 LG생활건강의 뷰티 브랜드인 오휘, 숨37, 더후, CNP를 직접적으로 소개했다. LG생활건강은 뷰티 브랜드인 오휘와 CNP를 거론했다.

LG생활건강이 쿠팡과 직매입 거래를 재개한 이유는 뷰티 부문 실적 악화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2019년 뷰티 부문 매출액이 4조670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20년 4조3651억원 ▲2021년 4조4414억원 ▲2022년 3조2118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3분기(누적)에는 2조1522억원으로 급락했다. 이는 내수와 수출, 양 부문에서 악화를 겪고 있어서다.
LG생활건강은 뷰티(화장품), HDB(생활용품), Refreshment(음료) 등 3대 축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뷰티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전체 매출액 대비 비중이 50%를 넘었지만, 2022년에 44.7%로 내려온 데 이어 지난해 3분기에는 41.1%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LG생활건강 뷰티를 담당하는 청주사업소의 CAPA(생산능력)도 급격하게 줄고 있다. 2020년과 2021년 4조원을 넘어선 청주사업소 생산능력은 2022년 2조3172억원으로 줄었으며, 지난해 3분기(누적)에도 1조9910억원에 그쳤다.
반면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 부문에서는 지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생활용품 부문 매출은 ▲2019년 1조5632억원 ▲2020년 1조9962억원 ▲2021년 2조582억원 ▲2022년 2조2098억원 ▲2023년 3분기(누적) 1조6791억원으로 성장 곡선을 그렸다. 또 음료 부문 매출은 ▲2019년 1조4515억원 ▲2020년 1조5132억원 ▲2021년 1조5919억원 ▲2022년 1조7642억원 ▲2023년 3분기(누적) 1조4063억원으로 성장했다.

사실상 LG생활건강 실적 악화에 가장 큰 원인은 뷰티 부문으로 나타났다. 쿠팡과 분쟁을 벌인 2019년부터 내수 매출액이 매년 서서히 감소했지만, 2021년까지는 해외 판매량 확대로 실적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2022년부터 내수 매출액이 크게 줄어든 데 이어 해외 매출액마저 급격히 줄면서 전사적으로 실적 악화를 가져왔다. 또 지난해에도 3분기(누적) 기준 전년 대비 큰 폭 실적 하락했다.
LG생활건강은 뷰티 부문 실적을 되살리기 위해 쿠팡과 다시 손잡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쿠팡은 지난 2022년 대만에 진출하면서 해외 시장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쿠팡 로켓배송을 통해 내수 시장과 로켓직구를 통한 대만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LG생활건강은 쿠팡과 4년 9개월 만에 다시 손잡은 것에 대해 “향후에도 고객들이 좋은 품질의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마케팅 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