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동부 지방법원, 삼성전자 관할권 이전 요청 ‘기각’
“삼성전자 이전 요청, 소송 부당하게 지연시킬 우려”

[서울와이어 황대영·천성윤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음성 인공지능(AI) 솔루션 업체 세렌스(CERENCE OPERATING COMPANY)와 특허침해 소송을 캘리포니아로 옮기려고 했지만 법원이 제동 걸었다. 법원은 삼성전자 측의 소송 지연과 소송 진행 상황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지시간 8일 미국 텍사스주(州) 동부 지방법원 로이 S. 페인(Roy S. Payne) 판사는 삼성전자의 관할 이전 요청(Motion to Transfer Venue)을 기각했다. 페인 판사는 “삼성전자가 소송 제기 1년이 지난 후 관할 이전을 요청한 점을 감안하면, 이미 법원이 사건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한 상황”이라며 “삼성전자의 요청은 소송을 부당하게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소송은 지난 2023년 10월 세렌스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AI 음성 기술 관련 5건(제7,395,078호, 제8,081,993호, 제9,026,428호, 제11,087,750호, 제11,393,461호) 특허침해를 문제삼으면서 시작됐다. 세렌스는 해당 특허들이 전자기기에서 손글씨 인식, 음성 메시징, 음성 명령 모니터링 관련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세렌스는 2021년에 삼성전자 측에 라이선스 또는 인수를 제안했으나, 삼성전자가 특허 기술 사용을 중단하지 않고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 소송이 텍사스가 아닌 캘리포니아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소송 대상인 삼성전자 및 구글의 핵심 기술 개발자들이 캘리포니아에 있고, 관련 증거도 대부분 캘리포니아에 존재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 대부분이 전자파일 형태로 존재해 장소와 무관하게 접근할 수 있다”며 “관할 이전 사유로 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삼성전자가 소송 제기 이후 1년 넘게 지난 시점에 관할 이전을 신청한 점을 지적했다. 페인 판사는 “삼성전자의 요청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며 “법원이 이미 심문, 증거개시 등 절차를 상당히 진행한 상황에서 이를 무효로 돌릴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 삼성전자가 관할 이전 요청이 논의되는 동안에도 주요 쟁점에 대한 ‘청구 해석’ 등 재판 절차를 계속 진행해, 소송이 지연되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반면 세렌스는 유럽, 캐나다, 미국 동부 등에 주요 기술 인력이 있어 캘리포니아와의 연결성이 오히려 약하다고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또한 삼성전자 미국 법인(Samsung Electronics America)이 텍사스 플라노에 주요 사무소를 두고 있다는 점도 텍사스 관할을 유지해야 하는 근거로 작용했다.
또한 법원은 재판의 신속성과 지역적 이해관계에서도 텍사스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이 평균 48개월의 소송 기간이 걸리는 반면,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은 평균 22개월로 훨씬 빠르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됐다. 특히 법원은 삼성전자 측이 주장한 지역적 이해관계인 캘리포니아 개발자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그 자체로 소송 이전을 정당화하기엔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법원은 삼성전자가 소송 이전을 위해 요구되는 명확하고 확실한 근거 제시에 실패했다고 최종 판단했다. 페인 판사는 “삼성전자가 단순히 다른 법원이 더 편리할 것이라는 추정만 제시했을 뿐”이라며 “법이 요구하는 수준의 편의성을 보여주기 못했다”고 밝혔다.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은 그간 글로벌 빅테크 대상 특허소송의 핵심 지역이다.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 다국적 기업들이 이 곳에서 소송이 걸렸을 때, 관할 이전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기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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