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건설업 폐업 160건, 14년 만에 최대
중견건설사 잇따라 법정관리, 지표도 악화
DSR시행 시장 관심… 선호지역 상승 전망
작년 해외건설 수주 '1조'… 정부지원 예고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복합 위기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경제는 올해 하반기 반등의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창간 10주년을 맞은 ‘서울와이어’는 주요 산업별 핵심 이슈와 회복 가능성을 짚는 연속 기획을 통해, 각 분야의 리스크 대응 전략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심층 분석한다. 위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한국 경제의 면모를 낱낱이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건설업계가 시장 침체에 따라 문을 닫고 있다. 다만 하반기에는 반등 요소가 많아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건설경기 침체로 문을 닫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올해 하반기에는 반등 요소가 많아 분위기 반전이 기대된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최근 건설업계는 과거에 비해 암울한 상황이다. 실적 부진은 물론 폐업하는 건설사도 적지 않아 긴장감이 고조된다. 하지만 대형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해외건설에서도 '희망의 빛'이 보여 반등 가능성이 충분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너지는 건설사, 하반기 시장 관심 집중

16일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KISCON)의 올해 1분기 건설업 등록 공고에 따르면 종합 건설업에 등록 공고한 업체는 131곳이다. 1분기 기준으로 2004년 정보 공개 이후 최저치다. 전년 동기 대비 6.3%, 전분기 대비 2.3% 줄었다.

1분기 건설업 폐업 공고는 올해 160건에 달했다. 2011년(164건)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19.4% 늘었다. 지난해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516개로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지역 건설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올해부터 시공능력평가 100위 내외 건설사들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올 4월 충북 지역 1위 건설사인 대흥건설은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공시했다.

아울러 신동아건설(58위) ▲삼부토건(71위) ▲대저건설(103위) ▲안강건설(116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삼정기업(114위) ▲벽산엔지니어링(180위) ▲이화공영(134위)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달에는 111위 호남 건설사 영무토건까지 법정관리 수순을 밟았다.

건설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1~2월 건설 수주는 총 2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9% 감소했다. 특히 공공부문 수주가 26.9% 줄며 민간 부문(-9.0%)의 감소 폭을 웃돌았다.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도 지켜봐야 한다. 금융당국은 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고 여전한 공급부족 우려가 대출규제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

대출 규제의 영향이 적은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는 상승세를 지속하며 집값 양극화 정도가 더 커질 거란 예측도 나온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자금 조달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거래 위축이 나타날 전망이다.

다만 자금 여력이 있는 이들의 '똘똘한 한 채'가 중심이 된 서울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에는 대출 규제가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권 등 서울 내 '상급지'는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갭투자가 불가능하고, 자기자본을 갖고 이동하는 수요가 대부분"이라며 "대출 규제가 이런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도 "자산가 중심 시장으로 재편된 서울 주요 지역은 대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스트레스 DSR 확대 영향이 크지 않다"며 "선호 지역 집값은 오히려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업계가 해외수주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건설업계가 해외수주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글로벌에 답 있다… 돌파구는 '해외수주'

내수절벽과 시장 불투명 속에서도 반등의 단초는 존재한다. 건설업계는 다시 해외로 눈을 돌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국가를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줄을 잇고 건설사들의 수주액도 반등 조짐을 나타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는 1965년 태국에 첫 진출한 이후 59년 만에 수주액 누적 1조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 이은 세 번째 기록이다.

국가별로는 사우디(118억9000만달러)가 전체 수주의 32.1%로 가장 많았고 카타르와 미국이 각각 47억5000만달러(12.8%), 37억3000만달러(10.1%)로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중동(185억달러)이 전체 수주의 49.8%를 차지해 2014년(313억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설사별로 보면 현대건설이 1조 돌파에 크게 기여했다. 현대건설은 1965년 태국 파타니 나라타왓 고속도로 공사 수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60여개국 850건이 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1462억달러가 넘는 금액을 수주했다. 전체 해외 누적 수주액의 14.5%다.

이어 ▲삼성물산 건설부문(누적 수주액 926억달러) ▲삼성 E&A(915억달러) ▲GS건설(715억달러) ▲대우건설(706억달러) ▲HJ중공업(78억달러) ▲DL이앤씨(479억달러) ▲두산에너빌리티(477억달러) ▲SK에코플랜트(473억달러) ▲쌍용건설(137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도 주요건설사들은 해외건설에서 답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분기 총 수주액은 82억1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8.8% 급증했다. 1분기 수주액이 80억달러를 넘은 것은 2020년(112억달러) 이후 4년 만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카타르 경제자유구역청(QFZA)과 카타르 내 인프라 사업의 공동 투자와 기술 협력에 대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카타르 외에도 아프리카와 아시아 신흥국 시장에도 참여해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전력청(SEC)이 발주한 ‘태양광 발전 연계 380kV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 등 메니나와 젯다 등 두 곳의 지역에서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연달아 수주했다. 2027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하며 총 공사금액은 3억8900만달러(약 5125억원) 규모다.

대우건설이 1조810억원 규모의 투르크메니스탄 인산 비료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GS건설은 사우디에서 파딜리 가스 플랜트 공사 패키지2를 확보했다. 수주액만 12억2318만달러(약 1조7588억원)에 달한다.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외건설 2조달러 시대라는 새로운 목표를 조기 달성하기 위해 도시개발 및 고속철도, 투자개발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진출 확대 전략을 마련하고 기업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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