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시장 지배력 자신감에 인상 카드 만지작
삼성전자, 가격경쟁력으로 빅테크 수주 가져올까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내년부터 첨단 반도체 가격을 3%에서 많게는 10% 이상 인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서는 상황에서 나오는 자신감과 미국 애리조나 2공장의 건설 비용이 불어남에 따라 실적을 방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빅테크들은 반도체 가격 인상에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내년 3나노미터 등 첨단 미세 공정의 가격을 평균 3~5%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TSMC가 가격 인상 카드를 준비하는 것은 인공지능(AI)용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해 공급을 이미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높은 품질의 패키징(후공정) 기술을 갖고 있어 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들이 선호한다.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67%를 기록하는 등 절대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에 고무된 TSMC는 가격을 인상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TSMC 미국 현지 공장의 경우 운영·생산 비용이 예상보다 커 가격 인상률이 10%를 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들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애플은 TSMC의 2나노 공정을 활용해 다음 세대 아이폰에 탑재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생산하려고 했지만, 가격 문제로 시기를 2026년으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TSMC의 가격인상으로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가격은 대체적으로 TSMC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되는데, 삼성전자의 기술력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매우 높기 때문에 빅테크들이 주문을 옮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을 빠르면 내년 가동할 예정인데, 여러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현지 공장 완공을 기대해 가격과 지리적 이점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TSMC가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린다면 삼성전자에겐 기회”라며 “첨단 공정의 안정적 수율확보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