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발판 OLED 시장서 높은 점유율 확보
올해 조단위 투자로 기술·설비 혁신..글로벌 패권 강화
올해 적자 탈출 가능성…'정철동 매직' 발휘할까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사진=LG디스플레이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사진=LG디스플레이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정철동 대표이사 사장이 이끄는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전 세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점유율 52%를 넘기며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OLED 분야에서 안정적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정 사장의 눈은 이제 차세대 OLED 개발과 회사가 염원하는 실적 턴어라운드로 향하고 있다. 

◆임직원 이메일서 '기술' 강조만 16차례

지난 17일 LG디스플레이는 국가첨단전략기술인 OLED 기술 경쟁력과 성장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1조2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액정디스플레이(LCD) 공장 매각 후 진행하는 첫 번째 대규모 투자다. 회사는 점진적으로 LCD 비중을 줄이고 OLED로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는데, 이번 투자를 통해 OLED 중심 포트폴리오 확립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러한 결정을 주도한 정 사장은 광저우 공장 매각으로 실탄을 확보한 현 시점이 LG디스플레이가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OLED 시장 패권을 강화할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전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TV용 대형 OLED뿐만이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전장 등 정보기술(IT), 자동차, 모바일용 중소형 OLED까지 강화한다는 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 인프라·연구개발(R&D) 투자를 진행해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성장할 수 있다”면서 “OLED를 중심으로 기술과 원가를 지속적으로 혁신해 경쟁력을 높여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OLE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제품들.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OLED 제품들. 사진=LG디스플레이

특히 LG디스플레이는 OLED 기술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청색 포스포레센트 OLED(PHOLED)’의 상업화 검증을 완료해 ‘꿈의 OLED’를 실현, 디스플레이의 혁명을 이룬다는 목표에 박차를 가한다.

최근 회사는 PHOLED 패널의 양산 준비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포레센트(Phosphorescent, 인광) 소재를 활용한 디스플레이는 형광(Fluorescence)에 비해 높은 효율성을 갖지만 안정적 수명 확보가 어려운 등 제작이 매우 까다로워 디스플레이 업계 최대 난제로 꼽혀왔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가 양산라인에서  PHOLED 제품화 성능을 세계 최초로 검증에 성공함에 따라 디스플레이 업계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양산 라인에서 성능 평가와 광학 특성, 공정성 등을 모두 확인하는 제품화 단계까지 검증을 마친 것은 세계 최초”라며 “청색 인광 제품화 검증 성공은 차세대 OLED로 향하는 혁신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는 관련 특허를 한국·미국 등에 모두 단독 출원(신청)했다. 

이 같은 개발 결과는 정 사장이 오랜 기간 역점을 둔 미래 기술 차별화 전략의 성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달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기술 차별화 없이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미래기술에 대한 준비도 병행해 기술 리더십을 굳건히 세우자”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 A4 용지 반쪽 분량의 이메일에서 ‘기술’이라는 표현을 16번을 사용하며 기술 경쟁력 의지를 불태웠다.

◆전자 기업 두루 거치며 경험 쌓아... 올해 흑자 전환 목표

1961년생인 정철동 사장은 1984년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LG반도체에 입사해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디스플레이 뿐만이 아니라 반도체, 파운드리, 광학 센서 등 주요 전자 분야를 두루 경험하며 내공을 쌓았다. 

LG반도체에서 1999년까지 공정기술팀장 등을 맡은 정 사장은 그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로 적을 옮겨 부장 직급으로 2004년까지 일했다. 이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담당 상무 등에 재직하다 2010년 생산기술센터장 전무로 승진했다.

이후 LG디스플레이 최고생산책임자(CPO), LG이노텍 사장을 거치고 2023년 11월 LG디스플레이 정기 인사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LG그룹은 LG이노텍에서 정 사장이 보여준 실적 회복 성과를 높이 평가해 LG디스플레이의 구원투수로 낙점했다.

LG디스플레이 정철동 사장이 ‘4세대 OLED 패널 기술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정철동 사장이 ‘4세대 OLED 패널 기술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정 사장이 LG디스플레이 부임 이후 가장 먼저 집중한 부분은 실적 회복을 위한 체질 개선이었다. 조직 슬림화, 원가 혁신, 품질·납기 등 경쟁력 확보에 집중,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하던 회사의 실적 턴어라운드 전략을 추진했다. 

정 사장의 경영 능력은 곧바로 성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정 사장이 오기 전인 2022년 2조850억원, 2023년 2조5102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5606억원으로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정 사장은 광저우 공장 매각과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경영 수완을 보여줬다. 업계에서는 공장 매각 결정과 대형 LCD 사업 철수로 ‘선택과 집중’의 묘수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LCD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갖췄지만 중국 기업들의 과잉공급으로 인해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 사장은 미래 디스플레이는 OLED 중심으로 흘러갈 것으로 내다보고 결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정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성과 창출에 몰입하는 조직문화’를 언급하며 실질적 성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반전의 기반을 만들었다면, 올해는 도약하는 해가 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 하겠다”며 “LG디스플레이만의 차별화 기술과 제품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고객가치를 제공하고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정철동 매직’에 힘입어 하반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LG디스플레이는 P(플라스틱)OLED, W(화이트)OLED 라인의 감가상각비 축소 효과가 맞물리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올해 매출액 27조4000억원과 영업이익 6835억원으로 3년 만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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