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커뮤니티서 패션 플랫폼 1위 등극
상생 위주 성장…"건강한 생태계 기여"
5년내 글로벌 거래액 '3조원' 달성 목표
글로벌 시장서도 'K패션 성공신화' 기대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는 무신사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사진=무신사 제공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는 무신사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사진=무신사 제공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는 국내 1위 패션 플랫폼을 만든 주인공이다. 신발을 좋아하는 온라인 소통 공간에 불과했던 무신사를 MZ세대의 대표 놀이터로 키워낸 그의 능력은 업계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조 대표는 무신사의 성공가도를 이끌고 있다. 매출 1조원이라는 벽을 돌파하고 상생전략을 중심으로 패션업계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공략에 나선 그의 야심찬 행보에 패션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 만든 고등학생의 아무도 예상 못한 성장

1983년생인 조 대표는 단국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그의 성공신화는 2002년 아직 20세가 되기 전인 고등학교 3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 프리챌에 무신사의 모태인 ‘무진장 신발 사진 많은 곳’을 만들어 운영했다.

2003년에는 무신사닷컴을 설립한 뒤 신발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무신사매거진을 시작했고 2009년 무신사스토어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그를 열정적인 경영자로 평가한다.

그는 2021년 특정 고객 대상 쿠폰 발행과 이벤트 이미지 등 불미스러운 일로 무신사이사회 의장 자리로 물러나 앉기도 했으나 지난해 무신사 총괄대표이사로 복귀했다. 꾸준한 성장을 해오던 무신사였지만 총괄대표로 복귀한 그의 사업 노하우가 녹아들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마련됐다.

무신사는 현재 국내 패션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플랫폼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1.5% 증가한 1조2427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패션 플랫폼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의 벽을 뚫었다.

2019년 1조원 미만이었던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웰링턴매니지먼트가 투자할 당시 3조5000억원대까지 높아졌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로 떠오르며 국내 10번째 유니콘 기업이 됐다. 올해 매출을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5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대표가 선택한 성장의 비결은 '상생'이다. 무신사에 따르면 입점 브랜드 수는 2016년 2000개에서 지난해 8000여개로 늘었다. 국내 중소 및 신진 브랜드가 유통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웠던 단점을 공략해 판로를 개척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대표는 자신의 선택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 아래 현재까지도 입점 브랜드 지원에 진심이다. 무신사 동반성장 프로젝트의 누적 생산 자금 지원 규모는 지난해 7월 기준 3000억원을 돌파했다.

조 대표는 “우리는 백화점과 대기업 위주였던 패션유통산업 구조에서 중소 규모 브랜드들이 큰 영역을 차지할 수 있도록 도와 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며 “실력과 노력이 뒷받침된 브랜드는 큰 자본과 전국적인 오프라인 유통망 없이도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 전경. 사진=고정빈 기자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 전경. 사진=고정빈 기자

◆'K패션' 선두주자, 글로벌서도 성공신화 쓸까

무신사는 세계에 'K패션'을 알리는 선두주자로 꼽힌다. 무신사는 지난 4월14일 한국 패션에 관심이 많은 해외 유통사 바이어들과 만나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확장 등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 홍콩 등의 대형 유통그룹 본사 소속 바이어들이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무신사 성수 N1을 찾았고, 이들은 무신사 본사에서 경영진과 비즈니스 부문별 리더들과 만나 현재 전개하고 있는 패션 사업 현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무신사는 국내 오프라인 접점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서울 명동과 성수, 홍대, 한남 등 관광객 비중이 높은 상권에서 외국인 매출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200억원을 돌파했다.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는 전체 거래액 중 외국인 고객 비중이 44%, 매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해외 현지에서도 'K-패션'을 알리고 있다. 무신사는 2022년 9월부터 일본과 미국, 태국 등 해외 13개국에서 직접 이용할 수 있는 '무신스 글로벌스토어' 애플리케이션(앱)을 별도로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해외 소비자들이 자사 입점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면 해외 배송까지 지원한다.

무신사는 지난 10일 열린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 행사에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지 시장 공략을 본격화해 5년 안에 글로벌 거래액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이를 위해 국내 브랜드들이 글로벌 스토어에 입점하는 것을 비롯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데 필요한 마케팅, 물류 등의 솔루션을 전문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만족하지 않고 해외에서까지 무신사의 몸집을 키우고 있는 조 대표는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기업공개(IPO)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아직 한국 패션 브랜드 중에서 눈에 띄는 글로벌 성공사례가 없는 데다 K패션은 K뷰티보다 글로벌 성공장벽이 높은 현실을 감안할때 IPO를 통해 장기적인 투자자금 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무신사의 IPO가 임박했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증시 상장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조만간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 배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IPO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무신사의 RFP만 기다리고 있는 증권사가 많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탄탄대로가 보장된 상황에서도 조 대표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무신사는 지난 4월 성공가도 속에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대내외적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이 지속되자 경각심을 높여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무신사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자회사 정리 작업에 착수해 손실을 줄이고 신사업 확대를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을 목표로 오프라인과 글로벌 시장 진출 과정에서 필요한 투자를 차질 없이 단행할 계획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2분기에도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선제적인 위기 대응 차원에서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신사가 글로벌파트너스데이 행사에서 'K패션 브랜드의 넷플릭스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힌 것처럼, 조 대표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패션브랜드들과 함께 성공사례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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