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친화적 경영과 상반되는 결정에 공들인 신뢰 흔들
호반그룹 한진칼 지분 확대, 경영권 또 다른 위협 작용
산업은행·델타항공 우호 지분 이탈시 경영권 위태로워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이 자사주 44만44주를 사내복지기금에 출연한다. 사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신규 CI가 적용된 항공기 모습. 사진=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주주친화적 경영 기조와 상반되는 결정으로, 그간 공들인 신뢰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대한항공

[서울와이어 최찬우 기자] 최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입법화 움직임과 호반건설의 한진칼 지분 확대로 두 가지 변수가 맞물리면서 조 회장의 지배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다만 조 회장은 과거 여러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리더십을 입증해 온 만큼 이번 난관 역시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사주 활용해 지배력 강화 '꼼수' 논란

먼저 조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온 주주친화적 경영 기조와 상반되는 결정으로 그간 공들여 쌓은 신뢰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회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자사주 소각 제도화 포함)이 현실화되기 전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한진칼은 최근 663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직원 25명만 있는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직원 복지를 위한 것이지만 실상은 자사주를 제3자에게 출연해 의결권을 부활시키고 이를 통해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는 '꼼수'라는 의혹이다.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은 20.09%에서 20.75%로 늘어나게 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경제개혁연대 등은 이를 "회사 전체 주주의 돈을 총수 이익을 위해 유용한 사익 편취이자 기업 밸류업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지난달 27일 조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서민위는 한진칼이 지난달 15일 자사주 44만44주(약 663억원)를 사내근로복지금에 출연한 것이 주주에 대한 경영진의 충실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서민위는 "자사주는 지배주주 자금이 아닌 모든 주주의 돈인 회사의 현금으로 매수한 것"이라며 "지배권 방어 외에 다른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부당 기부 행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경찰청 광역 수사단 금융범죄 수사대는 조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고발인 조사를 실시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호반파크 사옥 전경.
호반파크 사옥 전경. 사진=호반그룹

◆호반건설 지분 확대, 경영권 분쟁 가능성

자사주 논란에 더해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확대는 조 회장의 경영권에 또 다른 위협으로 작용한다. 호반건설은 최근 한진칼 지분을 18.46%까지 늘리며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약 20%)에 근접한 수준을 확보했다.

호반그룹은 '단순 투자'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모양새다. 호반건설은 최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 증액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며 경영에 대한 간접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조 회장 측의 우호 지분으로는 델타항공(14.90%), KDB산업은행(10.58%), 국민연금(5.05%) 등이 거론되지만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산업은행의 입장 변화 여부는 조 회장의 리더십 안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업은행 또는 델타항공이 우호 지분에서 이탈하거나 중립을 선언할 경우 조 회장의 경영권은 실제로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자회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기업로고(C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자회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기업로고(C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위기 속 빛났던 리더십, 이번에도 통할까

업계 안팎으로 위기설이 고조되지만 조 회장은 과거 여러 차례 위기 속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대한항공을 성장시켜 왔다. 

조 회장의 취임 직후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항공업계에 전례 없는 위기를 가져왔다. 하지만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한 과감한 결정이 대한항공을 역대 최대 실적 기업으로 이끌었다.

이 밖에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고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둔 상태다. 조 회장은 "대한민국 국적사로서 세계 유수 글로벌 항공사와 당당히 경쟁하고 우리 항공 산업 위상을 전 세계에 뿌리내리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통합 항공사가 세계 10대 항공사로 도약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 취임 이후 기내 서비스 품질 개선, 글로벌 항공사 평가기관의 잇따른 수상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는 특히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하며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 패러다임 전환과 시야 확장을 주문했다. 통합 항공사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과의 '화학적 결합'을 강조하며 직접 소통하는 등 내부 결속에도 힘쓴다. 최근에는 41년 만에 새로운 CI와 로고를 선보이며 통합 항공사의 본격적인 준비를 알렸다.

현재 조 회장은 자신의 경영 철학과 리더십이 시험받는 기로에 섰다. 그는 과거 수차례 위기를 돌파하며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의 체질을 바꿔온 인물이다. 이번 난관 또한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조 회장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 항공사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켜 대한항공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지 그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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