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방산·친환경 삼각축, 글로벌 빅3 도전
미 해군 MRO 첫 수혜, 북미시장 교두보 확보
LNG·암모니아·수소 차세대 선박 라인업 확대
142척·168억달러 수주, 절반 이상 친환경 선박

권오갑 HD현대 회장. 그래픽=최찬우 기자
권오갑 HD현대 회장. 그래픽=최찬우 기자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권오갑 HD현대 회장이 글로벌 조선업 격변기 속에서 올해 상반기 142척·168억달러(약 23조2680억원) 수주를 달성하는 등 빛나는 성과를 과시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친환경 연료 선박으로 HD현대의 기술력과 시장 대응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성과다.

HD현대는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7조2111억원, 영업이익 1조1389억원을 기록해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9.4% 늘었다. 상반기 누적 실적은 매출 34조2980억원, 영업이익 2조4253억원으로, 조선 부문 수익성 확대와 전력기기·건설기계 등 주요 사업 전반의 견조한 성과가 뒷받침됐다.

이러한 성과는 조선·해양 산업에서 40년 넘게 현장을 경험하며 위기 때마다 해법을 제시해 온 권 회장의 리더십이 기반이 됐다.

권 회장은 효성고등학교를 마친 뒤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조선 현장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0년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거쳐 2014년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취임, 2016년 부회장을 거쳐 2019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현장 전문가’로서 산업 흐름과 변화를 몸소 경험한 그는 불황기마다 선제적 투자와 사업 다변화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친환경·고부가 선박, '투트랙' 전략

HD현대는 이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경쟁력을 보유했다.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에서 LNG 운반선은 안정적인 수익원 역할을 하고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 상품이다.

권 회장은 여기에 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 수소 연료전지 선박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 라인업을 더해 미래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암모니아 추진선은 탄소 배출이 거의 없어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차세대 표준으로 부상했다.

권 회장은 “친환경 규제 강화는 위기가 아니라 차별화의 기회”라며 “LNG에서 수소까지 이어지는 연료 다변화 전략을 통해 고객 요구와 규제 환경 모두를 만족시키겠다”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이 정비할 미 해군의 ‘USNS 앨런 셰퍼드함.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이 정비할 미 해군의 ‘USNS 앨런 셰퍼드함. 사진=HD현대

◆ 군수시장 공략… 미 해군 정비 계약 성사

민수에서 쌓은 기술력과 생산 경험을 군수 분야로 확장하는 것도 권 회장의 핵심 전략이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 보급선 ‘USNS 앨런 셰퍼드’ 정비 계약을 성사시켰다. 울산에서 진행될 이번 사업은 미 해군이 해외 조선소에 정비를 맡긴 첫 사례다.

권 회장은 미국 해군의 까다로운 품질·보안 기준을 충족한 이번 경험이 해상 수송선, 군수지원함, 특수선 등 군수 분야 확장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수·군수를 병행하면 경기 변동에 따른 수익 불안을 줄이고, 민간에서 축적한 기술을 군사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국내에서도 한국 해군의 차기 구축함(KDDX), 차세대 잠수함, 군수지원함 사업이 대기 중이다. 권 회장은 대형 함정 건조 경험과 최신 추진·전력 시스템 역량을 앞세워 주요 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한·미 해양안보 협력 확대

권 회장이 이끈 ‘USNS 앨런 셰퍼드’ 정비 계약은 수주 이상의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신정부의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직결된 이번 성과가 한·미 간 해양 안보 협력과 HD현대의 북미 시장 진출을 동시에 여는 계기라는 판단에서다. 

노후 선박 건조·정비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동맹국 조선소와 협력하는 이 정책에서 HD현대는 첫 수혜기업이 됐다. 미 의회에서 동맹국의 선박 수리·건조 참여를 허용하는 법 개정안이 추진 중이며, 통과 시 해군뿐 아니라 해양경비대·상선 분야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권 회장은 이를 북미 군수·민수 해양 프로젝트 동시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보고 후속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전담팀까지 가동 중이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야드 전경.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 울산 야드 전경. 사진=HD현대

◆그룹 시너지 극대화, 글로벌 빅3 향해

권 회장은 HD현대의 3대 축을 ‘해양+방산+친환경’으로 정의한다. 해양플랜트, 해양풍력, 해상 생산설비(FPSO) 등 오프쇼어 사업을 강화해 조선업과 시너지를 만들고 군수·방산 부문에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발주 확대를 노린다.

그의 리더십 아래 HD현대는 조선 3사와 HD현대마린솔루션, 엔진·기자재 계열사를 유기적으로 묶어 프로젝트별 최적 조합을 구성하는 ‘풀 라인업’ 체제를 구축했다.

권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앞으로 5년이 조선업 재편의 분수령”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 심화, 환경 규제,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시기에 기술·품질·납기 경쟁력을 모두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그의 전략이 맞아떨어진다면 HD현대는 중국 CSSC, 일본 미쓰비시, 유럽 메이저 조선사들과 맞붙는 ‘글로벌 빅3’ 구도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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