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전차 2차 수출 단일 방산 계약 사상 최대
비상경영 선언 후 체질 개선과 구조조정 단행
현지 생산·기술 이전 등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사진=현대로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사진=현대로템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현대로템이 한국 방산 수출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최근 폴란드와 체결한 K2 전차 2차 수출 계약은 약 8조8000억원 규모로 단일 방산 수출 계약 사상 최대라는 기록적인 성과다. 이는 한국 방산업체가 유럽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그 중심 선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의 전략적 리더십이 빛났다.

◆리더십으로 그린 K-방산의 새 지평

1961년생인 이 사장은 전주대 경영학과와 경희대 경영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현대정공에서 경력을 시작해 현대자동차와 현대위아에서 주요 경영직을 역임했고 HMC투자증권 부사장을 거쳐 2017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2020년부터는 현대로템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반을 이끌며 조직을 안정 궤도에 올려놨다.

이 사장은 2020년 취임 이후 첨단 무기체계 개발과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해 현대로템의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이번 K2 전차 2차 계약은 폴란드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포함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밖에도 이 사장은 재무와 사업 두 부문 모두 뛰어난 성과를 인정았다. 신용등급은 ‘A(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올라섰으며 지난 3월 말 기준 수주 잔고만 21조원에 달하는 등 사업 측면에서도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3월24일까지인 임기 연장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2020년 임기를 시작해 2023년 초 재임에 성공했으며 현대로템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매김했다.

◆위기의 선장, 기본으로 다시 세우다

2020년 1월 수년간 누적된 적자에 흔들리던 현대로템은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대대적인 쇄신에 나섰다. 당시 새롭게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 사장은 “스스로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전멸할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임직원 앞에 섰다. 재무통 출신 CEO가 침몰 위기의 조직을 맡으며 던진 이 한마디는 곧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실제 그는 취임 직후부터 조직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만성 적자를 유발하던 저가 수주 관행을 없애고, ‘투명수주심의제도’를 도입해 수익성 검토 없는 수주는 과감히 배제했다. 임원 축소, 유휴 자산 정리 등 구조조정에도 나섰다. 고통스러운 조치였지만 ‘흑자 전환’이라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2년간 4760억원에 달하던 누적 적자는 빠르게 해소됐다. 철도 부문은 2019년 2595억원의 영업손실에서 2021년 275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이후에도 3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며 수익 구조가 안착했다. 2020년 6월에는 2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재무 안정성도 확보했다. 이 시기 부채비율은 363%에서 274%로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후 현대로템은 완전히 달라진 얼굴을 갖추기 시작했다. 철도, 방산, 에코플랜트 등 각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며 실적은 반등했다. 2020년 821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3년 2100억원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매출 4조7366억원, 영업이익 4566억원, 당기순이익 405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로템 CEO 중 최초로 연임에도 성공한 그는 위기의 회사를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탈바꿈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가 강조해 온 가치는 늘 같았다. 기술, 품질, 납기, 신뢰. 단순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이 네 가지를 경영 원칙으로 삼아 이 사장은 '기본에 충실한 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한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한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글로벌 무대서 마주한 도전과 성장

이 사장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현대로템은 기술력과 현지화 전략을 결합해 글로벌 방산 플랫폼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번 K2 전차 2차 수출계약은 K-방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토대를 마련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또한 유럽 재무장 계획과 맞물려 유럽 각국이 현지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현대로템은 ‘K2PL’ 현지형 전차를 앞세워 유럽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 사장의 전략적 비전과 실행력이 빚어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내외 방산 전문가들은 현대로템이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을 병행하는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K-방산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앞으로도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혁신과 협력을 강화하며 한국 방산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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