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편으로 체질 개선… 수익성 회복 신호
재무에서 전략으로 확장… 지속 성장 길 제시
전기로·DX·ESG 삼축 전환… 글로벌 경쟁 강화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현대제철이 위기 국면에서 전기로 전환, 북미 투자, 수익성 회복 등 ‘3대 전환’의 가시적 성과를 내며 반등의 흐름을 보인다. 변화의 무게를 직접 끌어올린 인물이 바로 서강현 대표이사 사장이다. 숫자로 시작해 체질로 완성하는 그의 경영 방식이 변화를 이끌었다.
◆정체된 투자에 '방향' 제시
현대제철이 멈춰 있던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총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가 투입되는 이 초대형 투자는 서 사장이 취임 후 직접 진두지휘하며 본격화됐다. 지난해까지 통상 불확실성과 투자 회피 정서로 지연되던 사업이 올해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빠르게 궤도에 오른 것이다.
서 사장은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를 직접 챙기며 추진 속도를 높였다. 현지 법인 설립과 자본금 납입을 마친 뒤 주요 설비업체 선정과 커미셜 협상 단계까지 진척시켰다. 연 270만t 규모의 직접환원철(DRI)·전기로·열연·냉연강판 라인으로 구성되는 이 제철소는 국내 기업이 추진하는 전기로 일관제철소 가운데 최대 규모다.
서 사장은 “북미 시장은 저탄소 경쟁의 전초전”이라며 “루이지애나 투자는 현대제철이 글로벌 철강사로 재도약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현대제철의 ‘탄소저감–고부가–글로벌 체질’이라는 3대 축을 실현하는 출발점으로 내다봤다. 전기로 중심의 공정 전환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60% 이상 줄이고 미국과 유럽 완성차사의 탈탄소 공급망 요구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룹 내에서도 “재무통이 전략까지 아우르며 투자 체계를 설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익 구조 바꾼 실질적 '개혁'
올해 3분기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9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9% 증가했다. 건설경기 둔화와 중국산 저가재 유입, 봉형강 부진 등 악재 속에서도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서 사장이 취임 후 우선순위를 둔 것은 ‘구조 개편’이었다. 단기 인력 감축이 아닌, 수익 구조 전환이었다.
자동차강판, 3세대 초고장력강, 액화천연가스(LNG)·선박용 후판 등 고부가 제품 라인업 확충을 통해 수익 기반을 다졌고 인도 푸네의 스틸서비스센터(SSC) 신설과 글로벌 판매망 정비로 해외 수익 비중을 확대했다.
서 사장은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현대제철을 흑자로 돌려세운 경험이 있다. 이번 불황 역시 비슷한 원칙으로 접근했다. 감축보다 구조 전환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그 결과 현대제철의 체질은 완만하지만 확실하게 바뀌는 모양새다.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제철의 내년 영업이익 7103억원으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지속 가능한 철강' 향한 전환 설계자
서 사장이 강조하는 키워드는 ‘전환’이다. 그는 올해를 ‘전환의 해’로 규정하고 전기로, 디지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3대 축을 병행 추진 중이다.
먼저 전기로 중심의 생산 전환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당진제철소 후판 열처리 설비 증설, 모듈러 건축용 H형강 개발, LNG 발전설비 투자 등으로 친환경 공정 기반을 넓혔다.
또한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AWS와 협력해 국내 전 사업장에 클라우드 인프라를 도입하고, 저탄소 인증 철강재를 AWS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에 공급했다.
디지털 전환(DX)도 서 사장이 직접 챙긴다. 그는 매년 ‘AI·BIG DATA 페스티벌’을 주관하며 현장 혁신을 독려했다. 항만 선석 운영 최적화 시스템, 해외법인 리포트 자동화 등 실질적 성과를 낸 과제들이 그의 관심사다.
“현장에 변화를 일으키는 DX만이 진짜 혁신”이라는 그의 지론은 현대제철이 생산뿐 아니라 구매·경영지원까지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친환경 기술력 강화 역시 빠지지 않는다. 현대제철은 현대건설과 함께 탄소저감형 철근·형강을 적용한 건축모델을 개발했다. 기존 대비 내재탄소를 30% 이상 줄이는 결과를 얻었으며 환경부 저탄소제품 인증도 획득했다. 서 사장은 “친환경 철강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말한다. 그는 수익성과 ESG를 동일선상에 놓는 ‘지속 가능 경영’의 실천가로 평가받는다.

◆재무에서 전략으로… 되살아난 '균형 감각'
서 사장은 ‘재무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현대차 본사 재직 당시 재무통으로 꼽혔지만 지향하는 것은 단순한 회계적 안정이 아니다. 수익과 구조, 그리고 지속성을 동시에 보는 균형감각이다.
서 사장은 재무 출신이지만 단기 실적보다 구조 전환과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그는 수익성 개선보다 체질 개편, 기술, ESG를 아우르는 중장기 체계 구축에 집중해 왔다.
이 밖에도 현대제철 이사회 의장으로서의 역할도 병행하며 전략과 실행을 동시에 관리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서 사장의 목표는 단기적 실적 개선이 아닌 기업의 체질을 바꿔 지속 가능한 성장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데 있다. 그의 실용적 리더십이 현대제철의 새 성장 축을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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