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형 GA 흑자전환 이끌며 ‘영업통’ 리더십 입증
수익성 중심 경영·시니어 시장 공략으로 체질개선 박차
소비자보호 TF 신설…신뢰 회복·내부통제 강화 나서

이경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 사진=한화생명
이경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 사진=한화생명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이경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30년 넘게 보험영업 현장을 누빈 ‘정통 한화생명맨’으로 영업 실무와 전략을 두루 거친 대표적 영업 전문가다. 영업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CEO로서 수익성 강화와 내실 경영을 동시에 추진하며 한화생명의 체질 개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 GA에서 본사까지…‘영업통’이 짠 수익성 로드맵

1965년생인 이 사장은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마쳤다. 지역단장, 본부장, FP지원조직 등을 거친 뒤 2016년에는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인 한화라이프에셋 대표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판매조직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후 한화생명 기획실장, 전략추진실장, 사업지원본부장, 보험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영업과 본사 기획·관리 역량을 함께 쌓았으며 2022년 11월부터는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대표이사를 맡아 성과를 입증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한화생명의 전속 설계사 조직을 분리해 2021년 출범한 자회사형 GA다. 출범 초기에는 적자가 계속되며 모회사에 부담을 줬지만 이 사장이 대표로 부임한 이후 사업 구조를 손질하고 제휴사 확대와 대형 GA 인수 등을 통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2023년 매출 1조5605억원, 순이익 689억원을 기록하며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작년에는 1519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초대형 GA’ 위상을 굳혔다. 이 같은 GA 성과를 발판으로 지난 8월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권혁웅 부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꾸리게 됐다.

M&A를 통한 영업망 확장 역시 이 사장이 남긴 성과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023년 피플라이프를 인수한 데 이어 2025년 7월에는 부산·영남권 기반 대형 GA인 IFC그룹 지분을 추가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 결과 지난 9월 기준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소속 설계사는 피플라이프와 IFC 인력을 포함해 3만명을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권혁웅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이경근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에서 첫번째)이 ‘AI DAYS 2025’ 행사 부스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화생명
권혁웅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이경근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에서 첫번째)이 ‘AI DAYS 2025’ 행사 부스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화생명

본사 경영에 복귀한 뒤에는 ‘수익성 위주의 성장’과 고령화 대응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에 맞춘 ‘하나로H종신보험’을 내놓고, 기존 종신보험에 연금전환 기능을 결합해 은퇴 이후 생활자금과 사망 보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상품 구조를 설계했다. 앞서 9월에는 상속·증여 수요를 겨냥한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선보이며, 종신보험·신탁·상속컨설팅을 묶은 시니어·자산관리 비즈니스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디지털·AI 전략에서도 이 사장의 색깔이 드러난다. 한화생명은 최근 사내 행사 ‘AI 데이즈 2025’를 열고 AI 컨택센터(AICC), 영업 교육 솔루션, FP 상담 지원 등 보험 본업 프로세스 전반에 AI를 적용한 사례를 공유했다.

하반기에는 AI 번역서비스와 가입설계 AI 에이전트 도입도 예고했다. 그룹 차원에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화AI센터를 거점으로,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인수와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인수를 통해 북미·동남아 시장에서 디지털·금융 시너지를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 사장은 “AI기술로 초개인화 시대가 가속화하면 보험업은 획일적인 보장이 아니라 고객 개개인 삶을 분석한 고도의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해야 한다”며 “격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과 혁신으로 미래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보험손익 둔화·규제 리스크…소비자보호·GA 거버넌스 시험대

이 사장이 맡은 첫 해의 성적표는 녹록지 않다. 한화생명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약 4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부채할인율 강화 등 제도 변화로 손실부담계약이 늘고, 미국 관세정책·환율 변동 등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탓에 투자손익도 줄어든 영향이다.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이 모두 줄어든 가운데, 고수익성 건강보험 판매 확대와 상품 구조 개선을 통해 새 계약 CSM을 연간 2조원 이상 유지할 수 있을지가 이 사장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다. 

보험영업 측면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건강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자회사형 GA를 활용해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를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한화생명 신계약 APE는 1조7000억원대를 기록했고 건강보험 수익성 지표도 1년 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소속 FP 수는 3만5000명 안팎까지 늘어나며 판매 채널의 양적 확대도 이어졌다. 다만 고령화·저성장 환경 속에서 단기 판매 확대가 아닌 장기 수익성 위주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금융소비자보호 역시 이 사장 취임 이후 전면에 올라온 또 다른 키워드다.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의장을 맡는 ‘고객신뢰혁신 TF’를 출범시키고 상품 기획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 단계에서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점검하는 조직을 새로 꾸렸다.

상품 설계 단계의 불완전판매 오인 소지 차단과 민원·분쟁 가능성이 높은 영역의 사전 점검, 보험금 지급 과정의 불합리 요소 개선, 내부통제 체계 고도화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 사장이 금융소비자보호법 강화 기조에 발맞춰 ‘소비자 보호를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한화생명이 고객 신뢰 회복과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8일 열린 ‘고객신뢰혁신 TF’ 출범 킥 오프 미팅에서 이경근 대표이사 사장(사진 중앙)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화생명
18일 열린 ‘고객신뢰혁신 TF’ 출범 킥 오프 미팅에서 이경근 대표이사 사장(사진 중앙)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화생명

영업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영업통’ CEO로서 이 사장은 현장 중심의 리더십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한화생명의 변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앞으로 규제 환경 변화와 소비자 보호 요구가 한층 강화되는 만큼 이 사장이 쌓아온 영업 경험과 통찰력이 조직의 신뢰 회복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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