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반등과 조직개편에 따른 시장 지위 상향에 리더십 부각
플랫폼 정비 및 IBK금융그룹 시너지 강화 성과도
우수한 벤처금융 역량에 차기 IBK기업은행장 하마평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사진=IBK투자증권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사진=IBK투자증권

[서울와이어=노성인 기자] IBK투자증권이 ‘중소 기업 특화’ 증권사를 넘어 주요 금융 플레이어로서의 존재감을 키우고 데에 핵심역할을 담당한 키맨을 꼽자면 당연 이 사람이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이다. 그는 지난 2023년 취임 이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투자 플랫폼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IBK금융그룹의 영업 네트워크와 연계해 기업금융 부문에서 시장지위를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3월 서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벤처금융·자본시장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만큼 '금융 전문통'으로 내년 차기 IBK기업은행장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기대감도 업계 안팎에서는 나온다.

◆꾸준한 실적 개선·본업 역량 강화 '성공적'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461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455억원) 규모를 이미 3분기 만에 초과한 수준이다. 지난해 IBK투자증권이 직전년도(313억원) 대비 46% 증가한 수준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변화를 이끈 것은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다. 1963년생인 서 대표는 서울 경성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IBK기업은행에 입행하여 30년 이상 IBK금융그룹에 몸담아온 '정통 IBK맨'으로 평가받는다. 기업은행 싱가폴·뉴욕지점 등에 근무했으며, IB지원부장, 기술금융부장, IT그룹장, 글로벌·자금시장그룹장, CIB 그룹장을 거쳐 2021년 IBK저축은행장을 역임했다. 지난 2023년부터 IBK투자증권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서 대표는 플랫폼 정비·조직개편과 중소기업 특화 영업, 기업은행과의 시너지 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는 임기 내내 꾸준한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전환’·‘전통 IB 강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달렸다. 취임 직후인 지난 2003년 5월 홈트레이딩시스템(HTS)·MTS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스마트워크시스템 구축을 통해 내부 업무 효율화를 위한 전담조직인 디지털전환 부문을 신설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와 인수합병(M&A) 컨설팅, 신사업 등을 지원하는 SME지원부을 신설하기도 했다.

지난 3일에도 조직 슬림화와 사업 전략 재정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면적인 조직 재편을 발표했다. Wholesale부문에선 기존 금상영업본부와 법인영업본부를 통합해 기관영업본부로 재편하고, IB부문도 기존 4개 영업본부를 3개로 줄이며 단순화했다. 핵심 사업 중심으로 역량을 재편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디지털 전략 부문에서는 토큰증권(STO), 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 발굴을 전담하는 조직인 신사업추진단을 신설하기도 했다.

사진=IBK투자증권
사진=IBK투자증권

아울러 최근 ‘동학개미 운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난 가운데 서 대표는 그동안 IBK투자증권의 숙원이라고 여겨지던 MTS를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IBK투자증권은 작년 11월 신규 MTS인 ‘IBKS Wings’를 출시했다. '투자에 날개(Wings)를 달다'라는 의미로 고객 친화적인 사용자환경·경험 구성과 인공지능(AI) 콘텐츠 등 다양한 투자 서비스를 도입한 점이 특징이다.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의 역할도 확대했다. 서 대표는 취임 후 중견 건설사 대성문, 제약사 일성아이에스 등 16개사와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대내외 시너지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또한 IBK기업은행과의 협업 모델 구축을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도약을 서두르고 있다. IBK금융그룹의 일원이라는 강점을 살려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고객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ESG 행보 잇달아…차기 기업은행장 기대감 '솔솔'

서 대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ESG 조직을 이사회 내 위원회로 격상해 'ESG 위원회'를 신설하고, ESG 관련 해외 사업에 참여하고 국내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

서 대표는 지난해 초 연임이 확정된 후 ESG 관련 업무협약 체결을 월 1회 수준에서 주 1회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ESG 협약을 통해 기업은행 외 비은행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2024년에만 약 3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었는데, 이를 확대하고 ESG 금융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및 협력에 나섬으로써 국책 금융기관의 책임 경영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사진=IBK투자증권
사진=IBK투자증권

아울러 지난 5월 NICE피앤아이와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 MOU를 맺은 것에 이어 7월 방글라데시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참여하는 등 ESG 관련 펀드와 친환경 투자상품 공급 등 탄소중립을 실천해 공공성과 수익성도 동시에 확보해 나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내부통제와 관련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작년 한국경영인증원(KMR)으로부터 부패방지 경영시스템(ISO 37001) 인증을 받았다. 또한 현재 대형사들에만 의무가 부여된 책무구조도를 지난 7월에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앞서 제3자·정보통신기술(ICT) 위험을 포함하는 '운영리스크 관리체계(PSMOR) 개선 프로젝트'를 완료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회사의 호실적과 서 대표의 이런 행보를 두고 차기 IBK기업은행장 자리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서 대표는 IBK투자증권 대표로 2년 임기를 마친 뒤 1년 연임돼 내년 3월 28일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역대 IBK투자증권 대표 중 총 3년의 임기를 마치고 다시 대표로 임명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내년 1월3일에 임기를 마치는 상황에서 서 대표, 양춘근 전 IBK연금보험 대표, 김형일 IBK기업은행 전무이사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현 정부가 ‘생산적 금융(금융 자원이 기술 혁신, 벤처기업, 첨단산업, 인프라 등 실물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부분에 투입되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서 대표에게 긍정적이다. 서 대표는 계열사를 두루 경험한 동시에 저죽은행에 이어 증권사에서 벤처금융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서 대표는 취임 이후 다수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외형은 물론 내부적 조직 개편을 통해 IBK투자증권 경쟁력을 크게 키웠다”며 “IBK기업은행 부행장, IBK저축은행 대표 등을 역임한 'IBK맨'인 만큼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로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