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사장, LG전자 체질개선 진두 지휘
AI, 전장, HVAC, 로보틱스 역량 확보
가전 구독 안착… 미래형 판매망 구축
관세·무역 리스크에 실적 둔화는 숙제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사진=LG전자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사진=LG전자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LG전자가 인공지능(AI), 전장, 냉난방공조(HVAC), 로봇을 4대 성장축으로 묶고 전통 전자 제조업에서 사업 첨단·다각화를 추진한다.

이를 이끌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은 “이기는 성장, 성공하는 변화”라는 경영철학 아래 가전 중심의 제조기업을 넘어 AI 기반 스마트 솔루션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한다.

◆엔비디아와 협력 구축… AI 신성장 동력 확보

10일 LG전자에 따르면 조 사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 “올해 스마트팩토리 수주 규모는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해 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스마트 팩토리 누적 수주액이 1조원을 눈앞에 뒀다”고 밝혔다. 

이어 “LG의 스마트팩토리 사업은 전자를 넘어 배터리와 반도체, 차량 부품, 중장비와 바이오·제약 산업으로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며 “LG는 60년 이상의 글로벌 제조 전문성을 바탕으로 스마트팩토리 부지 선정부터 운영 최적화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포괄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스마트팩토리란 5G 통신 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상품기획과 제품설계, 부품공급, 생산운영, 물류, 안전, 환경 등의 생산과정을 자동화한 공장을 의미한다. 

LG전자는 이 분야를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지난해 초 LG 생산기술원 내에 ‘스마트팩토리사업담당’ 사업부를 신설하고 스마트팩토리 구축 기술과 운영 솔루션 등을 구체화했다. 이 사업부는 올해 3분기까지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60곳 이상의 공장을 구축·운영해 LG 계열사의 제조 인프라 고도화에 힘을 실었다.

조 사장은 스마트팩토리뿐만 아니라 LG전자를 AI를 중심 기업으로 체질 변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주 행사 기간 한국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LG전자와 엔비디아의 다각도로 협업할 것임을 발표했다. 

LG전자를 엔비디아의 AI 플랫폼 생태계에 적극 합류시켜 회사의 4대 성장 축 중 하나인 로보틱스와 피지컬AI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계획이다.

LG전자가 보유한 냉각 솔루션과 친환경 열회수 시스템, 고효율 직류(DC) 전력 솔루션 등을 활용해 가상으로 구축한 AI 데이터센터 모습. 사진=LG전자

엔비디아가 발표한 범용 휴머노이드 추론모델 ‘아이작 GR00T’를 기반으로 LG전자는 자체 피지컬AI 모델을 개발 중이다. 학습용 데이터 생성과 시뮬레이션에는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개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앞서 올 1월 베어로보틱스 지분 51% 확보를 추진하며 로봇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는데, 엔비디아와 협력을 통해 사업을 가파르게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조 사장은 LG전자의 HVAC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LG전자는 액체 냉각 방식의 핵심 장치인 냉각수분배장치(CDU)의 엔비디아 인증을 추진 중이다. CDU는 냉각수를 순환시켜 GPU 서버의 발열을 제어하는 핵심 장치로, AI 연산이 폭증하는 데이터센터의 효율성을 좌우한다.

LG전자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와 LG전자의 냉각·전력 기술이 결합하면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사장은 “AI 인프라를 둘러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LG전자의 냉각 솔루션과 엔비디아의 플랫폼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 구독 성공적 안착… 미래형 판매 구축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0월 14일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에서 열린 LG전자 인도법인 상장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0월 14일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에서 열린 LG전자 인도법인 상장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사장은 LG전자의 가전 판매에 있어서도 구독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미래형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의 지난해 가전 구독 누적 매출은 1조6000억원을 기록해 회사의 가전 전체 매출의 27%를 차지했다. 냉장고·세탁기·TV를 넘어 노트북, 환기 시스템, 로봇까지 구독 품목을 확대하고 태국·인도·싱가포르·대만·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으로 확산 중이다. 

조 사장은 가전을 앞으로 ‘할부 판매’가 아닌 구독을 통한 ‘케어 서비스’로 개념을 전환하고, 케어 전문가 5000여명을 양성해 사업 역량을 높일 전망이다. 

조 사장이 LG전자 리더로서 보여주는 추진력에 시장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그 앞에 놓인 험난한 과제도 산적했다.

중국 TV 제조사들의 거센 파상공세에 LG전자가 자랑하던 TV 실적이 둔화하고 있어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또 관세·무역 리스크로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21조8737억원, 688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9.4% 하락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6391억원으로 46.6% 감소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AI·전장 중심의 고부가 사업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인도 법인 기업공개(IPO)로 재무 상황을 개선하고, 물류비와 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비용 리스크에 맞서 원가 구조 혁신과 마케팅 효율화를 병행할 방침이다. 

조 사장은 “세계경제가 지정학에서 지경학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며 “질서가 없는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빠르고 유연한 사업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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