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시세 고정·공개매수 방해…선량한 투자자 손실 초래"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항소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심 무죄 선고로 오너 리스크가 완화되는 분위기였지만, 검찰이 항소를 제기하면서 경영 복귀와 그룹 전략 재가동 속도는 다시 조정 단계에 들어가게 됐다.

21일 진행된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김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계획을 지시하거나 공모했다고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이 핵심 근거로 제시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에 대해 이 전 부문장이 별건 수사로 수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심리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진술을 변경했고, 이후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신청해 해당 사건에서 기소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경위를 고려할 때 해당 진술에는 허위 진술 동기와 이유가 명확하다고 봤다. 검찰이 이 진술을 중심으로 기소 논리를 구성한 것 역시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SM 인수 경쟁이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된 상황이었다는 점을 들어, 주가 흐름만으로 불법적 시세조종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거래 목적과 수단, 당시 시장 환경을 포함한 구조적 분석 없이 가격 변동 결과만을 근거로 불법성을 판단한 검찰 논리에 한계가 있다는 취지다.

판결 직후 김 창업자는 "오랜 시간 자료를 면밀히 살펴 결론을 내린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카카오에 드리워졌던 주가조작·시세조종 의혹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카카오도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그간 카카오는 시세조종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왔으나 이번 1심 무죄 선고로 그 인식이 부당했음이 확인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는 이어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김범수 창업자를 포함해 임직원 누구도 위법한 행위를 논의하거나 도모한 사실이 없다"며 "2년 8개월간의 수사와 재판으로 시장 대응이 제약된 점을 뼈아프게 느끼며, 앞으로 기업 본연의 역할과 책임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선량한 피해자 발생…객관적 공모 정황 고려 안돼"

그러나 검찰은 28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 사건은 카카오가 SM엔터 인수를 위해 시세 고정 등 불법을 동원해 하이브의 합법적 공개매수를 방해하고, 주가 상승을 기대한 다수의 선량한 일반 투자자에게 손실을 전가한 시세조종 범행"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시세조종을 상의한 카카오 관계자들의 메시지와 통화 녹음, 수사 착수 이후 대응 논리를 맞추는 통화 녹음 등이 존재함에도 1심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심 증인이 압박을 받자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재판부가 언급한 부분은 판결 당부와 별개로 엄중히 받아들이고,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항소심 첫 공판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다만 항소심에서는 새로운 증거 제출보다 1심에서의 증거 해석과 법리 적용의 정당성을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사건의 파급력과 시장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장기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와 김 창업자 모두 당분간은 신중한 행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며 법적 부담이 일부 정리된 것은 사실이지만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경영 전면 복귀에 속도를 내기에는 제약이 따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창업자는 형식상 경영에서는 한 발 물러나 있으나 미래이니셔티브센터를 통해 AI 전환, 글로벌 콘텐츠 전략, 조직 체질 조정 등 중장기 방향 설정에는 계속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당분간 확장보다는 내실 관리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고 있다. AI 서비스 효율화, 핵심 플랫폼 안정화, 수익 구조 개선 등 체력 보강에 우선 집중하고 대규모 신규 투자나 외형 확장 전략은 재판 상황을 보며 단계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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