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 본격화… 조선·건설기계 통합 리더십 구축
조직문화·복지 혁신 병행… '일하고 싶은 회사' 도약
AI·친환경 기술로 혁신 가속… 미래 산업 '체질 재편'

정기선 HD현대 신임 회장. 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신임 회장. 사진=HD현대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HD현대가 17일 그룹 경영 체제 전환을 공식화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대가 3세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며 전문경영인 체제였던 HD현대는 오너 중심 경영 체제로 완전히 전환된다.

◆기술 중심 리더십으로 체제 전환 주도

이번 인사는 조선·건설기계 부문 합병을 앞둔 상황에서 조직 혼선을 최소화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로 정기선 회장은 지주사 HD현대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건설기계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으며 그룹 전반의 전략을 총괄한다.

정기선 회장은 연세대 경제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MBA를 졸업하고 2009년 현대중공업 기획실 재무팀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를 거치며 경영 전반을 폭넓게 경험했다.

이 밖에도 2016년 그룹 내 해양기술 전문 자회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을 주도했다. 또한 현재 시가총액 11조원 규모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켰다. 2021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직접 이끌며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의 두 번째 성장축으로 올려놨다.

◆AI·친환경 혁신으로 미래 항로 설계

정 회장이 추구하는 리더십의 방향은 ‘기술 중심 경영’으로 요약된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조선·건설기계·로보틱스 사업을 통합하는 ‘디지털 중공업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며 그룹 체질 개선에 속도를 냈다.

인공지능(AI), 친환경, 디지털 전환은 그의 3대 키워드다. 정 회장은 인공지능 AI을 미래 성장의 동력으로 보고 “기술산업을 넘어 지능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디지털 트윈 조선소 구축은 조선업의 패러다임을 ‘데이터 산업’으로 끌어올린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AI 기반 생산관리와 공정 예측 시스템은 이미 현장에 적용돼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HD현대중공업의 스마트조선소 모델로 확산 중이다.

정 회장은 동시에 친환경·탈탄소 기술 확보에도 집중한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암모니아·메탄올 등 차세대 연료 선박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R&D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선주사들과의 협력 폭을 넓히고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 주요 조선시장 관계자들과의 연쇄 미팅을 통해 ‘K-조선의 기술 외교’를 이끈다는 평가다.

건설기계 부문에서도 정 회장은 실적 부진 탈피를 위해 적극적인 구조 혁신에 나섰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대표로서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통합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부품·영업망·A/S 조직을 일원화해 비용 효율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AI 기반 장비 진단 시스템과 전동화 기술을 접목한 신모델 개발도 병행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사람으로 혁신 완성… 조직문화 새 틀 짜다

조직문화 혁신 역시 정 회장이 직접 챙기는 영역이다. 그는 ‘일하고 싶은 회사, 꿈을 펼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임직원 복지와 소통 개선에 공을 들였다.

자녀를 둔 직원에게 초등학교 입학 전 3년간 1인당 1800만원의 육아 지원금을 지급하고 최고 수준의 사내 어린이집 ‘드림보트’를 직접 설계했다. 또한 직급을 가리지 않고 타운홀 미팅을 정례화해 경영진과 직원 간 소통의 벽을 허물고 있다. 그는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함께 가야 진정한 혁신”이라며 ‘사람 중심 경영’을 강조한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시대를 개척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신·구 경영진의 조화와 혁신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중공업 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기술과 사람, 혁신을 아우르는 차세대 리더로 시험대에 올랐다. 그의 리더십이 HD현대를 ‘전통 제조업의 궤도’에서 ‘지능형 산업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 산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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